2004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여야는 쟁점법안 등의 처리를 놓고 출구없는 극한 대치를 계속했다. 국회는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 따라 이날 새벽 본회의를 열어 새해 예산안,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과거사법, 신문법 및 언론피해구제법, 기금관리기본법, 민간투자법, 종합부동산세법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합의 사항에 반발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점거 사태로 처리되지 못했다. 내년도 예산안과 파병연장안이 이날중 처리되지 못할 경우, 헌정 사상 처음으로준예산 편성 사태가 빚어지고 국군의 `불법적' 외국 주둔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빚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여야 원내지도부는 국가보안법 대체입법안 합의의 존재 여부와 원내대표 합의문의 파기 문제 등을 놓고 서로 상대당에 책임을 미루며 공방을 계속했다.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은 예산안과 파병연장안, 여야간 처리에 합의한 과거사법, 신문법 및 언론피해구제법, 기금관리기본법, 민간투자법 등의 처리를 위해 이날새벽 3시 해당 상임위에 심사기간을 지정, 직권상정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김 의장은 여야간 추가 대화를 기다렸으나 진전이 없자, 이날 오전중 본회의장에 입장해 안건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의 안건 처리 시도를 한나라당 의원들이 물리력으로 저지하고 나설 경우,새해 예산안 등을 통과시키는 마지막 국회가 몸싸움으로 얼룩질 것이 우려되며 신년정국도 경색과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11시 본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의장과 만나 예산안 등의 처리 대책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30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는 김 의장의 주선으로 회담을 갖고 국가보안법의 대체입법화 타결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의견접근을 이뤘으나 열린우리당이 의원총회에서 국보법 폐지 당론을 유지키로 함에 따라 무산됐다. 재차 열린 심야회담에서 여야 원내대표는 과거사법, 신문법 및 언론피해구제법등 쟁점법안과 새해 예산안,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등의 처리에 합의하고 합의문에 서명해 발표까지 했으나, 이번엔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국회 본회의장 및 법사위 회의실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다. 이같은 상황을 놓고 열린우리당 원내지도부는 국보법 대체입법에 대한 잠정합의는 없었다면서 강하게 부인했고, 한나라당은 국보법 대체입법안과 과거사법, 신문법을 한 묶음으로 처리키로 한 약속을 여당이 깼다며 본회의장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오전 의원총회에서 "양당의 공식 (협상) 라인은 저와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인데, 대체입법으로 하느냐 마느냐는 한나라당에서 김 원내대표 등 공식라인이 관여했고 우리당쪽에서는 저와 상관없이 다른 중진의원들이 관여했다"며 국보법 대체입법 잠정합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종걸(李鍾杰) 원내수석부대표도 "국보법에 대한 잠정합의가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 얘기인데 잠정합의같은 것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오전 기자들과 만나 "(국보법 대체입법 등 쟁점법안을) 다 패키지로 하기로 했던 것인데 저쪽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면 논의하기 힘든 것 아니냐"며 "파병연장안과 예산안은 우리도 처리해주겠다는 것인데, `4대 법안'의 불씨도 내년까지 갖고 갈 수는 없다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브리핑에서 "소수 야당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하나밖에 없는 카드는 본회의장을 지키는 것이며, 우리가 살기위해서가 아니라 죽기 위해 들어갔으니 끝까지 지키겠다"며 "파병연장안과 예산안에 대해 아무것도 연계하지 않고 신사협정에 의거해 최선을 다했으나,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제의할 수도, 제의가 와도 쉽사리 받을 수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이날 새벽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새해 총예산(일반회계 + 특별회계)을 당초 정부가 제출한 195조7천451억원에서 9천618억원이 순삭감된 194조 7천833억원으로 확정, 본회의로 넘겼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