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을유년(乙酉年) 새해를 앞두고 과거와는 뚜렷이 차별되는 정치스타일을 선보여 주목된다. 피아(彼我)를 구분, 날을 세우고 여기에서 동력원을 찾는 듯한 `갈등의 정치'양상에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이른바 `관용과 화합의 정치' 스타일로 변모,몸소 실천에 나선게 아니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13일 민주평통 운영.상임위에서 "관용은 상대의 잘못을 용서한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틀림에 대해서도 수용하고 설득하고 포용해가겠다"며 처음으로 `관용'과 `포용'을 강조했었다. 30일 낮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 이해찬(李海瓚)국무총리, 유지담(柳志潭) 중앙선관위원장을 부부동반으로 청와대로 초청, 송년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 윤영철(尹永哲) 헌법재판소장이 자리를 함께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관심을 끈다. 물론 과거 관례에 비쳐볼 때 당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윤영철 재판소장과는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로 한때 감정의 골이 깊었던 적이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 11월 25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남미 3개국 순방성과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에 여야 5당 대표와 3부요인만 초청함으로써 윤 헌재소장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부 있었다. 물론 청와대는 "그런 요인은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며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했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감안할 때 노 대통령이 이번에 그를 초청한 것은 정치적으로 의미가 적지 않은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다사다난했던 갑신년(甲申年)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최근 전직 대통령 전원과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 등 여야 대표들에게 연하장을 보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이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을비롯,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에게 연하장을 보낸 것은 반드시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게 중론이다. 노 대통령의 이런 `화합과 관용'의 행보는 최근 각종 인사(人事)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한 때 `강효리'로 불리며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장관을지난 28일 여성인권 대사에 지정한데 이어 에너지.자원대사에 김태유 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명했다. 이들은 퇴임 이유가 분명치 않아 잠시나마 청와대와 갈등설이 나돌았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를 놓고 입각했던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들이 퇴임후 권부에 비판적인 경우가 많았던 YS 정부의 사례를 의식한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어쨌거나 노 대통령의 이런 달라진 행보가 최근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한나라당 등 야권과의 관계개선 쪽에도 신경을 쓰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