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에서나 그랬듯이 올해는 금융계에도 실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 였다. 씨티그룹 등 외국계 은행의 공세,방카슈랑스 논란 등 어느것 하나 범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지 않은 게 없었다. 이같은 금융계의 사건들은 다가 올 2005년에도 영향을 미칠 것임은 확실하다. 한국경제신문은 "2004년 금융계를 뒤흔든 10대 뉴스"를 정해 올 한해를 정리해 봤다. ◆외국계 메이저 은행 시대 본격 개막 2004년은 '외국계 메이저 은행 시대의 원년'이라고 할 만하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플레이어인 씨티그룹이 한미은행 인수를 마무리짓고 ㈜한국씨티은행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의 하영구 초대 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현재 자산 기준으로 6∼7% 수준인 시장점유율을 10% 수준까지 늘리겠다"며 공격경영을 선언했다. 씨티뿐만이 아니다. 연말에는 세계 2위 은행인 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제일은행 인수를 위해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 올 한 해 한국은행의 잇따른 콜금리 인하로 연초 연 3.75%였던 콜금리는 현재 3.25%까지 내려앉았다. 이에 따라 은행 예금금리 역시 속락을 거듭,현재는 연 3.3∼3.4%대까지 내려앉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땅히 굴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이는 국가경쟁력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간접투자상품 투자 열기 초저금리 추세의 지속으로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개막됨에 따라 간접투자상품의 인기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졌다. 지난해 주가지수연동예금이 인기를 모은 데 이어 올해는 일본주가지수(닛케이지수)연동예금,환율연동예금 등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반기 들어서는 금(金)지수 연동예금,미국국채지수(CBOT)연동예금 등 다양한 간접투자상품이 쏟아지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방카슈랑스 시행 논란 내년 4월로 예정된 제2단계 방카슈랑스 연기를 둘러싼 은행업계와 보험업계의 신경전은 각 협회와 소비자단체가 발표한 각종 10대 뉴스에서 상위권에 랭크될 만큼 금융계의 관심이 컸다. 보험업계는 총력을 다해 제2단계 방카슈랑스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들은 이에 맞서 국가 정책의 신뢰성을 위해서라도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불꽃이 튀었다. 30만명의 보험설계사들은 대규모 실직이 우려된다며 대중 집회를 열기도 했다. ◆신용카드 수수료 분쟁 비씨카드가 지난 7월1일 3만개가량의 가맹점에 대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한 이후 불거지기 시작한 가맹점 수수료 문제는 급기야 신세계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과의 전면전으로 확산되면서 금융계를 뜨겁게 달궜다. "신용판매 위주로 매출구조를 정상화하고 있어 수수료율 인상은 필수적"이라는 신용카드사들의 논리와 "신용카드 업계가 자신들의 경영부실을 가맹점에 전가하려 한다"는 유통업체들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밀고 당기기가 계속됐다. ◆김정태 국민은행장 퇴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CEO'로 평가받던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결국 지난 9월 낙마(落馬)했다. 옛 국민카드와의 합병 과정에서 5천5백억원가량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김정태 전 행장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국민은행의 분식 여부 자체가 아니었다. 정부 당국에 단단히 '미운 털'이 박혀 있었던 김정태라는 한 인간을 둘러싼 정부와 국민은행 간의 치열한 '기싸움'이 본질이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달러화 약세 상반기부터 꾸준하게 약세가 지속돼 오던 원·달러 환율이 급기야 달러당 1천40원대까지 하락했다. 증권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떨어지면 제조업체 전체로 영업이익이 2% 정도 줄어든다. 그만큼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문제는 최근 달러 약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는 데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년 평균 원·달러 환율을 달러당 9백50∼1천50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평균 환율을 종전 1천1백20원에서 1천60원으로 대폭 낮춰 전망했다.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시대 개막 사모투자전문회사(PEF)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이 지난 6일부터 본격 발효됐다. 사모펀드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실제 얼마전 우리은행과 맵스자산운용은 사모펀드 전문회사를 설립,금융감독원에 등록했다. 또 산업은행은 3천억∼1조원 규모의 펀드를 선보인다는 계획 아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도 3천억원의 사모펀드를 설립키로 확정했다. ◆가계부채 5백조원 돌파와 신용불량자 문제 경기 침체 속에서 개인 부채가 계속 불어나면서 가계 부채도 사상 처음으로 5백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9월 말 현재 소규모 개인 기업과 민간 비영리 단체를 포함한 개인 부문 부채 잔액은 올 들어 19조2천억원 늘어난 5백1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았다 제때 갚지 못해 금융거래가 정지된 신용불량자가 한때 4백만명에 육박,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은행 비대화 논란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면서 은행 비대화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은행들이 자산운용에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자 은행 비대화가 금융시장 전체적으로 악영향을箝4募?비판이 제기됐다. 은행들이 안전 위주로 자산을 운용하다 보니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돼 금융 기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