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대기업들이 유지해오던 우위체제는 사라졌다. 그 동안 양질의 자금을 대기업들만이 조달할 수 있었으나,이제는 중소기업들도 국제시장에서 얼마든지 돈을 구할 수 있게 됐다. 국제적인 비즈니스 정보도 중소기업들이 재빨리 잡아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미래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가 지난 96년 한 외국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드러커는 그 당시 대기업을 온갖 악기와 배우가 총출연하는 오페라에 비유했고,중소기업을 피아노나 색소폰 정도로 충분한 재즈에 각각 빗댔다. 그리고선 "오페라의 시대는 가고,재즈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2004년 한국의 중소기업 실정은 어떤가. 국제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은 둘째 치고라도 은행이 여신 회수에 나서되 신규 대출을 꺼리면서 중소기업 대출증가 액(연간 기준)이 사상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최근 한국은행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의 대기업대출은 11월중 2000억 원이 증가했으나,같은 기간 중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은행의 보수적인 대출태도 지속으로 인해 1조1000억 원이 감소했다. 제조업은 그나마 대출증가세를 보였으나,서비스업 등 비 제조업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리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사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최근 6백5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중소기업 금융이용 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업체의 14.4%가 올 들어 사채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02년 6.9%,지난해 12.0%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이용한 사채 평균금액은 8천2백만 원으로 지난해 3천5백만 원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사채금리는 월평균 2.0%로 지난해보다 0.3%포인트 올랐고 평균 이용기간도 6.6개월로 1.5개월 길어졌다. 이는 업체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됐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 11월중 부도업체 수는 전국에 걸쳐 352개에 달했으며,어음부도율도 지방은 0.17%로 10월(0.14%)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이들 부도기업의 대다수는 중소기업이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 CEO들은 올 한 해를 '사상 최악의 해'로 인식한다. IMF환란 당시보다 더 심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불황 속에서도 혁신과 성장을 거듭하는 기업이나 제품도 있다. (주)엣데이터는 국내 모바일게임 콘텐츠 시장을 견인하는 모바일 CP(Contents Provider) 업계의 선두주자다. 지난 몇 해 동안 모바일 게임 시장을 뜨겁게 달군 고스톱게임과 휴대용 해몽서비스,운세서비스 등이 바로 이 회사의 작품.타 업체가 라이선스 게임 개발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차별화 된 기획력으로 무장하고 순수 창작 게임을 개발해 신규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 이 회사의 성공요인이다. 지난 2002년에 설립된 B&IP국제특허법률사무소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전문 변리사들이 뭉쳐 출원과 심판,소송 등 기타 특허 관련 모든 업무를 수행하며 국내 최고의 국제특허법률사무소로 자리잡았다. 다수의 전문 변리사와 소수의 직원으로 구성된 B&IP는 직원이 아닌 전문 변리사에 의해 변리업무를 수행,타 업체와의 차별화를 주도하고 있다. 1993년에 설립된 (주)영림원 소프트랩도 주목할 만한 기업이다. 국내최초로 ERP패키지를 선보이며 한국형 ERP의 이정표를 제시한 이 회사는 97년 한국형 ERP 솔루션 'K.System'을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외국기업 솔루션을 능가하는 국산 ERP 기술을 선보이기 있는 영림원은 '토종 ERP' 기업으로서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있어 가장 가혹한 한 해로 기억될 2004년을 뒤로하고 소비자 입맛에 맞는 독특한 컨셉의 서비스로 2005년을 준비하는 우수혁신기업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