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석유업체 유코스의 핵심 자회사인 유간스크네프테가즈의 최종 인수자가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으로 드러났다. 22일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는 지난 19일 경매를 통해 유간스크를 인수한 바이칼 파이낸스 그룹의 지분 1백%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로스네프트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가 일찌감치 러시아 최대 국영 가스 회사 가즈프롬에 합병시키기로 점찍었던 기업이다. 두 업체는 이미 지난 9월 합병승인을 받았다. 결국은 국유화를 통해 에너지 산업을 장악하겠다는 러시아 정부의 의도가 가즈프롬·로스네프트·유간스크를 합치는 틀로 구체화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법원의 유코스 자산 매각 연기 판결로 인해 해외채권단이 가즈프롬에 대한 금융 제공을 할 수 없게 되자 로스네프트를 중간에 끼워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AP통신 등은 "그간 일련의 사건들이 러시아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유코스 사태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검찰이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유코스 회장을 탈세 혐의로 구속하면서 시작됐다. 당시엔 호도르코프스키가 야당에 정치 자금을 지원하고 푸틴 대통령에 대항,크렘린의 심기를 건드린 데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이후 러시아 정부는 유코스가 2백70억달러에 달하는 세금 체납액과 벌과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유코스의 알짜배기 자회사 유간스크를 강제 공개경매에 부쳤다. 유코스가 이에 반발,미 법원에 자산 매각 중단을 요청하고 미 법원이 수용했으나 지난 19일 공매는 강행됐고,무명의 바이칼이 최종 낙찰을 받았다. 유력한 인수자였던 가즈프롬은 경매에 참여하긴 했으나 입찰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실상 바이칼의 인수를 도와 배후에 모종의 시나리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한편 유코스는 공매가 끝난 후 바이칼을 비롯 유간스크 매각에 참여했던 이들에 대해 2백억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코스의 변호사들은 러시아 정부가 미국 파산법원의 매각 중단 판정을 무시했다며 일단 바이칼의 자산 동결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유코스는 그룹 해체라는 극단적 결과를 막기 위한 법적 보상책을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유코스의 대변인 마이크 레이크는 "유간스크 경매는 불법이며,가능한 한 모든 법적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