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외국의 우수한 학생들을 손쉽게 끌어모았던 미국 대학의 독보적인 위치가 전 세계 대학의 치열한 경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9·11 테러 후 미국 비자 받기가 까다로워지면서 미국으로 유학가는 학생은 줄어드는 반면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대만 싱가포르 중국 등은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 미국의 교육 왕국 자리가 위협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미국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한 외국 학생의 허가 신청은 28% 감소했고,실제 등록한 학생도 6% 줄었다. 대학원은 물론 학부 과정과 박사학위 이후의 연구 프로그램까지 포함한 학부 과정 이상에 등록한 외국인 학생 수도 3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반면 영국과 독일 대학에 등록한 외국인 학생 수는 절대수론 미국 대학보다 훨씬 적지만 10~15%씩 늘어나고 있다. 외국 학생들이 미국 대학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학생 비자를 받기 위해 미국 대사관 밖에서 이틀씩 줄을 서야 하는 등 비자 발급 절차가 까다로워진 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으로 중산층도 유학을 보낼 수 있는 여건이 되면서 유학생이 급증,이들을 붙잡으려는 세계 대학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명실상부하게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유럽 국가들은 영어로 가르치고 미국식 학위를 주는 등 고등교육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아일랜드 등은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게 곧 돈이라는 점에 포착,교육산업 차원에서 유학생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들 국가는 미국 대학보다 싼 학비로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한다. 실제 미국에 유학간 학생들이 쓴 돈은 한해 1백3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유학생의 경제 기여도가 만만치 않다. 싱가포르는 교육부 관리들을 미시간주 앤하버에 있는 미시간 대학에 보내 이 대학이 명문 대학으로 성장한 과정을 배우게 하는 등 자국 대학을 명문 대학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1백개 대학을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연구 조사 기관으로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상하이의 지아오 통 대학은 미국 대학에서 가르치던 16명의 중국 박사들을 고국으로 불러들였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각국에서 다른 나라 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학생은 2백만명에 달했으며,20년 후엔 8백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