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 파이낸스는 유령기업인가."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유코스의 핵심 자회사인 유간스크네프테가즈를 93억5천만달러에 인수한 바이칼파이낸스 그룹의 정체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정체불명의 업체가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세계 최대 석유 생산업체 중 하나인 유간스크의 소유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유간스크는 현재 러시아 석유매장량의 17%를 차지하고 하루 산유량만 1백40만배럴에 달하는 유코스의 알짜 기업이다. 이를 인수한 바이칼은 러시아 북서부에 위치한 트베르시에 등록된 기업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바이칼의 주소지에는 24시간 편의점이 위치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소조차 불분명한 회사인 셈이다. 의혹이 증폭되는 대목이다. 현재까지는 바이칼이 국영 석유회사 가즈프롬이 세운 유령회사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러시아정부가 개입해 유간스크를 국영회사인 가즈프롬에 넘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인테르 팍스통신은 바이칼이 가즈프롬 지사 중 한 곳과 같은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해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가즈프롬은 바이칼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유간스크의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됐던 가즈프롬이 경매현장에까지 나왔으면서도 입찰가격을 제시하지 않아 바이칼의 낙찰을 도와줬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분석가는 "바이칼이 가즈프롬의 또 다른 회사일 수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은 가즈프롬이 법적 위험에 대비,직접 유간스크를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가즈프롬은 유코스가 미 법원에 파산신청을 낸 후 미 법원으로부터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인수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칼은 법적절차에 따라 14일 이내에 낙찰대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를 납부하지 못할 경우 다시 공매가 진행되며,납부할 경우에는 자금원 추적을 통해 정체가 좀 더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