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에서 떠온 물 가지고 생수와 수질이 차이가 없다고 매일 떠들면 뭐합니까. 수돗물 받아보면 시커먼데..." 곽결호 환경부 장관은 최근 수처리선진화사업단(단장 남궁은 명지대 교수)에 '녹물 수돗물'의 원인인 옥내급수관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는 특별 주문을 했다. 환경부는 90년대 낙동강 페놀 사태를 계기로 상수도 수질 관리를 맡은 뒤로 정수장 관리 개선, 상수도관 확충.개선 등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일반 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수돗물 불신을 해소하겠다며 시판 생수와 비슷한 '아리수'를개발하기도 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문제는 정수장에서 걸러지고 상수도관을 통해 가정까지 배달된 수돗물에 막판에녹물이 섞인다는 것. 당국은 이를 건물 내 수도관, 즉 옥내급수관 노후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철관에 아연을 입힌 아연도강관인 옥내급수관이 시간이 지나면서 아연이 벗겨지고 철이 녹슬어 녹물이 섞여 나온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60-80년대에 지은 건물은 한결같이 콘크리트 벽 속에 옥내급수관을 묻어놓았기 때문에 이제 와서 관을 바꾸려면 건물 자체를 뜯어내야 한다는 데 있다. 최근에는 관을 교체하기 쉽도록 배관 통로('닥트')를 만들기도 하고 스테인리스스관이나 동관, PVC관도 보급됐지만 스테인리스나 동관은 비싸고, PVC관은 환경호르몬 우려가 없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아연도강관이 많이 보급되고 있다. 그저 아연이 벗겨진 정도라면 아연을 따로 공급해주는 기술이 최근에 소개되고있지만 아예 관이 부식된 경우에는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곽 장관이 고도 정수처리 기술 등을 주로 개발하는 수처리선진화 사업단에 옥내급수관 문제 해결을 특별 지시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곽 장관 생각으로는 최근 소재 기술이 발달할 대로 발달한 만큼 벽 속에 묻혀있는 철관을 녹여 없애고 녹이 슬지 않는 소재로 된 관으로 바꿔주는 기술을 개발하지못할 것도 없다는 것. 즉 벽을 뜯어내지 않고 녹슨 관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라는 주문이다. 이에 대해 남 단장은 ▲옥내 저수조, 수도꼭지 등의 수질.수량을 모니터링하는기술과 ▲옥내급수관.저수조 부식 제어기술 ▲옥내급수관의 세척.보수.보강 기술 ▲부식방지장치 개발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실용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10차 당사국총회 참가차 아르헨티나에서 체류 중인 곽 장관은옥내급수관 교체 기술 개발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다. 상하수도 전문가인 그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도 모두아연도강관을 사용하고 있다"며 "옥내급수관 부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녹물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수출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