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에 있는 아림상호저축은행이 대주주에게 2백28억원을 불법 대출해 6개월간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 회사는 한국창업투자 전 대표였던 김정주씨가 형식상 대표이사로 돼 있을 뿐 실제 대주주는 부동산 개발업자와 통신기기업체 대표 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을 저지른 대주주들은 아림상호저축은행이 맡아둔 고객돈을 빼내기 위해 작심하고 달려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지난 6월15일 이 회사를 인수한 대주주들은 다음날 김정주씨를 '얼굴마담' 대표이사로 취임시켰고,이틀 뒤인 18일부터 9월 말까지 2백28억원을 여러 차례로 나눠 인출해가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 회사 대주주들에 대한 불법대출 혐의가 포착된 것은 지난 10월이었다. 과도한 대출로 재무건전성이 나빠질 것을 우려한 이 회사가 10월1일 40억원을 증자했고,'대주주에게 불법 대출하는 금융회사에서 증자사례가 많다'는 정보를 접한 금융감독원이 10월4일 검사에 착수했다. 대주주가 바뀐 지 3개월여만에 증자가 이뤄진 것에 의심을 갖고 검사에 들어간 금감원의 행동은 민첩했고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저축은행 예금을 빼내려는 사기꾼들을 지난 6월 '인수 적격자'로 승인한 금융감독 당국의 결정은 분명히 잘못됐다. 저축은행법 시행령에는 '인수자가 자기자금으로 투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아림상호저축은행은 김정주씨가 명목상 주식 인수자로 돼 있을 뿐 실제 인수자금은 다른 사람들이 냈는 데도 금감원은 이를 밝혀내지 못했다. 아림상호저축은행 경영권(지분 78%)을 12억원에 인수한 대주주들은 3개월여만에 투자금의 19배를 빼내간 셈이다. 제2금융권에 대한 사전 감독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로 인해 구멍난 금고는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 보호'차원에서 한 사람당 5천만원까지 메워줘야 한다. 결국 국민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분통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승윤 경제부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