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메이커인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 97년 이후 지속된 7년간의 긴 구조조정 터널을 뚫고 최근 화려한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영업이익 2조원을 달성한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정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하이닉스의 실적은 놀라운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때 5백%를 넘는 부채비율도 3분기 현재 71%(국외법인 포함)까지 낮아졌다. 최근 유럽계 반도체 업체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중국 현지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생존 자체가 의문이었지만 이제는 세계 D램 시장에서 한때 자신을 삼키려 했던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제치고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자리를 탈환했다. 하이닉스 '부활'의 원동력은 무엇보다 열린경영을 통한 노사화합에 있다. 특히 청주공장은 '상생의 노사관계'를 맺으며 회사 회생의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이닉스 노사관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노사간에 상시적인 대화채널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문을 연 '함께 사는 노사문화연구소'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소는 국내 처음으로 기업 내에 노사공동으로 설립된 연구소로 근로자와 경영진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회사경영에 협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김준수 노조위원장이 연구소장을 맡아 △노사공영 모델찾기 △작업장 혁신 △노사관계 의식·관행 개선연구 △노조의 자발적 경영성과 기여모델 창출 등의 연구과제를 수행한다. 노사가 동반자적 관계를 맺고 경영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매월 1회 노사 대표가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기본.정기적으로 열리는 경영설명회에서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연간 사업계획,회사비전,월별 경영실적 등을 설명한다. 연초에는 전반적인 노사관계 업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근거로 월 1회의 노사대표간 티타임,주 1회 공장별 노사대표 간담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조 간부들과 경영지원본부장이 허심탄회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직원들의 고충을 CEO가 직접 처리하는 사이버 신문고 제도도 도입했다. 이와 함께 노사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공동의 이익을 창출 할 수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사업장 내에 각종 소집단을 만들어 '시스템·작업장 환경 개선'에 대한 제안을 받는다. 매년 팀별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안을 받아 우수 제안에 대해선 포상도 실시한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