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부동산시장은 사상 유례가 없던 정부의고강도 부동산 정책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전반적으로 침체를 면치 못했다.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은 주택거래신고제와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등의 조치로 된서리를 맞았고 그 여파는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주택시장 침체로 투기세력들은 토지시장으로 몰려들었지만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된 이후 조용하고 상가와 오피스텔 등 틈새시장들도 전반적인 경기침체와맞물려 별다른 반사이익을 누리지는 못했다. ◆ 아파트 = 올해 아파트시장은 최근 몇년간의 급등세를 뒤로 하고 강남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깊은 침체에 빠졌다. 올 초만 해도 10.29 대책 직후 급락에 따른 반등과 `시티파크'로 대변되는 주상복합아파트의 청약 과열현상이 나타났지만 지난 4월 주택거래신고제 도입을 기점으로 줄곧 하향 안정세를 걷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서울 0.62%,경기도 -1.45%, 신도시 0.09% 등 전국적으로 0.29%를 기록했다. 서울 재건축아파트는 평균 0.28% 상승했는데 10.29 대책 이후 작년 연말까지 5.79% 급락한 것을 올 1.4분기에 대부분 회복한 뒤 이후 조금씩 하락했기 때문에 연간으로 따지면 약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용산구(10.02%), 종로구(6.67%), 성동구(5.67%), 광진구(4.43%) 등 뉴타운 개발 등 호재가 있는 지역은 강세를 보였다. 수도권에 각종 규제가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지방 시장이 호조를 보였는데 주로 강원(5.47%), 충북(5.78%), 충남(2.52%) 등이 많이 올랐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 기대감으로 충남 연기(38.73%), 공주(20.08%) 등이 급등했는데 수도이전 무산으로 조정이 됐음에도 연간 상승률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평형별로는 작은 평수가 많이 하락한 반면 큰 평수는 상승,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됐다. 전국적으로 아파트값 변동률은 ▲20평 미만 -0.51%, ▲20-30평 -1.03%, ▲30-40평 0.09%, ▲40-50평 1.67%, ▲50평 이상 3.66% 등으로 나타났다. 전세시장은 올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30만8천여가구가 입주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발생하는 등 매매시장보다 침체가 심각했다. 서울 -3.58%, 경기 -4.23%, 인천 -5.77% 등 수도권이 대규모 입주가 많아 약세가 두드러졌고 전국적으로는 -2.76%가 하락했다. 잇단 규제는 투기수요 뿐만 아니라 내집을 마련하려는 이들의 심리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올 들어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거래는 총 62만5천건이 이뤄져 작년 동기(90만9천건)대비 31.2% 감소했고 특히 실거래가로 취.등록세를 신고해야 하는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의 거래는 1만7천건으로 작년 동기(3만7천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분양시장도 극히 침체돼 서울 동시분양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8차(0.89대 1),9차(0.47대 1), 10차(0.49대 1), 11차(0.79대 1) 등 평균 1대 1을 밑돌고 있다. 미분양은 계속 늘어나 10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총 5만8천905가구로 작년 말(3만8천261가구)에 비해 54%나 급증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거래 자체가 없어지면서 가격 하락폭에 비해 체감하는 경기침체는 심했고 특히 중소형 평형에 가격 하락이 집중됐다"면서 "그동안 시장을 주도했던 재건축아파트와 분양권이 직격탄을 받았다"고 말했다. ◆ 토지 = 행정수도 이전을 동력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듯 변동이 심했다. 10.29대책이 주로 주택시장에 집중되면서 토지시장이 주목을 받았고 특히 행정수도 이전, 기업도시 건설 등 굵직한 개발 재료가 부각된 지역에 부동자금이 몰렸다. 하지만 지난 10월말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되면서 해당 지역 땅값은 폭락했고 지금은 정부의 후속 대책을 주시한 채 시장 움직임은 거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충청권 투기 열풍은 그동안 규제가 없는 지역을 찾아 투기꾼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충청권 대부분이 투기 열풍에 휩싸였다.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인 공주, 연기 등은 2만-3만원하던 국도변 농지가 10만-20만원으로 치솟았고 홍성, 청양, 서산 등도 2배 이상 땅값이 뛴 곳이 수두룩했다.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되면서 신행정수도 예정지 인근을 중심으로 많게는 30-40%싼 가격의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찾는 사람은 드물다. 원주, 해남, 군산 등 기업도시가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도 일부 땅값이연초 대비 2배 이상 오른 지역이 적지 않다. 지금은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주춤한 상태지만 기업도시특별법이 국회를통과함에 따라 다시 한번 들썩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JMK플래닝 진명기대표는 "상반기까지는 행정수도 이전을 재료로 충청권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토지 투자가 활발했는데 행정수도 이전 무산 이후 상당히 조심스러워졌다"면서 "내년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상가.오피스텔 = 주택 시장이 힘을 잃어가면서 상반기만 해도 전매 제한 등의 규제가 없는 상가가 틈새 시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아직까지 굿모닝시티 파문의 여파가 미치는 대형 쇼핑몰보다는 상대적으로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단지내 상가의 인기가 높았다. 지난 7월에는 대한주택공사가 실시한 수원 오목천동 주공아파트의 단지내 상가14평짜리 1층 점포가 입찰예상가(1억2천500만원)의 5배가 넘는 6억8천만원에 낙찰되는 등 단지내 상가는 수십대 1의 경쟁률속에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상가 시장도 급랭, 지난 10월 주공이 의정부에 내놓은 단지내 상가 7개가 사상 최초로 모두 유찰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최근에는 내년 4월부터 연면적 3천㎡ 이상 상가에 대해 후분양제가 도입됨에 따라 이를 피하려는 대형 상가의 공급이 급증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되면서 시장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올해 상가시장은 기대와 한숨이 교차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10.29대책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으로 출발했지만 주택 시장 침체와 경기부진, 높아진 분양가 등으로 전반적으로 불황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시장도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전매 제한 조치로 반사이익을 봐 한때청약과열 양상까지 빚었지만 전용면적중 업무부문 비중이 70%로 오르고 난방 설치가금지되는 등의 규제안이 발표되면서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시장이 싸늘하게 식었다. 이에따라 주거용오피스텔의 공급이 급감하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