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13일 임시국회 파행사태와 관련, 대내외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박영선(朴映宣)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브리핑에서 "비상시국의 결의를 다진 자리"였다고 소개했고, 의총에선 한명숙(韓明淑) 상임중앙위원이 "우리당 의원이해외에 나가는 것을 전면 봉쇄토록 하자"며 `일일 출석점검'을 제안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또 의원들에게 지역구 활동 자제 및 해외일정 중단을 요청하면서 "합숙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다급한 심정을 토로했다. 천 원내대표는 "4.15 총선에서 국민들로부터 변화와 개혁을 요구받은지 7개월째이지만 개혁입법에 큰 성과가 없었다"고 자책했다. 당지도부가 이처럼 자성과 함께 일제히 결속을 소리높여 외치는 것은 의석수가정확히 국회 과반수가 된 현실적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도부는 특히 정기국회 폐회일인 지난 9일 민주노동당의 협조 거부로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처리가 무산되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천 원내대표도 "우리가 다 모여야 의결정족수라서 단 1명라도 불참하면 국회 자체가 다른 당에 의해 지배받을 수밖에 없다"며 "한나라당도 이런 사정을 알고 법안처리를 지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연내처리를 둘러싼 당내 논란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도 선병렬, 정봉주, 임종인, 김태년, 이경숙 의원이 "연내처리가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때마침 이날 오전엔 이른바 강경파 의원들이 비공개 모임을 갖고 국보법 연내처리 원칙을 천명한 가운데 중도보수 성향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도 이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양극단이 지도부를 압박해 들어가는 형국이다. 최근 의총에서 천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안개모 간사인 안영근(安泳根) 의원에게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던 우원식(禹元植) 의원은 "안 의원과는 화해했다"며 "안개모까지 국보법 연내처리에 동의한다면 사실상 당론으로 모아질 수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안개모는 15일 국보법 연내처리 문제와 관련해 전체회의를 열어 의중을 모으기로 했다고 안 의원이 전했다. 이처럼 국보법 처리 문제를 둘러싼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이부영(李富榮)의장은 의원 150명을 4개 그룹별로 나눠 14일부터 나흘 연속 의총 형식의 간담회를갖자고 제안했다. 이 의장은 "한분한분 말씀 모두 다 듣고 의원들이 과연 임시국회를 어떻게 운영했으면 하는지, 시국에 대한 전반적 생각은 어떠한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당론을존중해서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장은 국보법 처리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고, 천 원내대표도 연내처리에 대한 원론적 입장을 개진하는 데 그쳤다. 천 원내대표는 특히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4가지 핵심 과제에서 국보법 폐지안을 예산안, 파병연장동의안, 연기금 관련법안에 이어 마지막 순위에 둠으로써국보법 폐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재야, 운동권 출신 의원들과 `온도차'를 느끼게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