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 함께 소집한 임시국회가 사흘간의 공전 끝에 13일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진행되게 됐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국회 표류의 책임은 여당에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으나, 여당이 상임위 표결 등을 강행할 경우에는 등원 여부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당은 이날 오전 상임중앙위원회와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이번 주부터 전체상임위를 정상 가동키로 하고, 이번 임시국회내 처리를 목표로 정한 61개 민생.개혁법안에 대한 상임위 심의 절차에 착수키로 했다. 박영선(朴映宣) 원내 대변인은 "우리당은 현재 비상시국이란 각오 아래 연말까지 (계류법안을) 사력을 다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가 이날 여당 단독으로 소집됐고, 통일외교통상, 문화관광, 건설교통, 보건복지위 등 6개 상임위의 전체회의 또는 법안소위가 여당 및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우리당은 또 당초 회의일정이 없었던 국방위와 행정자치위도 이날 오후 소집키로 방침을 정했다. 한나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으로 있는 법제사법, 재경경제, 교육, 과학기술정보통신위는 여당측의 개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이 불참함에 따라 간담회로 대체됐다. 우리당은 한나라당 소속 위원장이 계속해서 불출석할 경우 이를 의사일정 거부라고 보고 국회법 50조5항에 따라 자당 소속 간사로 하여금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도록 해 회의를 진행시킨다는 방침이다. 우리당은 특히 한나라당이 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회의장을 점거중인 법사위에서도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계속 시도하기로 해 물리적 충돌이예상된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상임중앙위에서 "새해 예산안과 801건의 민생법안,이라크 동의안 등 861건의 의안이 상정돼 있다"고 밝히고 "국회의원이 국회에 들어오는데 조건이 있을 수 없으며, 지금은 국회가 싸움만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한 시기가 아니다"며 한나라당의 조속한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천 원내대표는 특히 한나라당의 법사위 점거 문제와 관련, "여당으로서 한나라당의 의사진행 방해에 끌려다니거나 방치할 수 없다"고 말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중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여당이 `4대분열법'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 소집을 위해 예산안 처리를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비난하는 한편 국보법 폐지 등 4대 법안에 대한 합의처리 약속을 요구하며 임시국회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회 파행의 근본적 이유는 여당이 오로지 보안법 폐지 등 4개 분열법을 밀어붙이는 데 올인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여당은 국회파행을 자기들이 하고도 엉뚱하게 책임을 야당에 몰고, 일부 언론이 이를 잘못 보도해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여당이 민생우선, 안보우선의 정치를 할 의사가 있다면 협조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4대 악법은 불요불급하고 정략성과 위헌적 소지가 있어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차근차근 여야 합의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은 "열린당의 작전대로 정기국회는 뭉개고 임시국회를 열어 예산과 관련 없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의도가 드러났다"며 "국민은 분노하고 반드시 심판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열린당이 야당을 인정하지 않고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예산안을 정기국회내 처리하려고 노력했으나 여당이 딴전을 피우는 바람에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이 임시국회 소집도 단독으로 하고 진행도 단독으로 한다는 것은 수의 힘으로 4대 법안과 예산안 등을 단독으로 강행처리한다는 힘의 정치 선언"이라고 규정하고 "오만한 태도를 벗어나 지금이라도 수에 의한단독처리 강행 방침을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도 이날 원내수석부대표간 접촉에서 여당 단독의 임시국회 운영에 난색을 표시했으며, 상임위 의사일정에 불참키로 했다. 이상열(李相烈)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과 우리 당만이 참여하는 국회는 조금 어렵다"며 "힘있는 여당이 정상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 야당과 협상하고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류성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