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국내 기업만 고집할 필요 있나요. 실력만 쌓으면 해외에 일자리가 얼마든지 있는데요." 내년 1월 17일부터 일본 SI업체 인컴에서 일하게 된 김세영씨(24·여). 지난해 2월 공주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지난 11개월이 "고3 시절보다 몇 배는 힘든 기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2월 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가 개설한 정보기술(IT) 마스터과정에 들어온 뒤 편하게 잠자리에 든 기억이 없다. 매일 아침 7시엔 무역협회 홍보실에서 신문스크랩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하루 12시간의 수업과 자율 학습을 버텨냈다. 서울 강남의 코엑스 4층 무역아카데미 내 여학생 휴게실에서 동기생 3명과 함께 기거하면서 고향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내려갔을 뿐이다. "한국에서 취업해 보려고도 했죠.하지만 국내 취업의 문이 닫혀 있어 쉽지가 않았지요.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실력만 쌓는다면 해외 취업도 넘지 못할 벽은 아니라고 봐요." 다음달 4일부터 일본 IT업체인 PDS사에서 근무하는 장재혁씨(27)는 지난 겨울 졸업을 앞두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 현지에서 일자리를 얻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첫 시도는 실패였다. 장씨는 집이 서울이지만 강의실에서 침낭을 깔고 잠을 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밤 9시에 자율학습이 끝나도 숙제를 하고 나면 12시가 훌쩍 넘어갔어요. 어차피 새벽 6시에 다시 나와야 했기 때문에 강의실에서 잠을 자는 게 차라리 나았지요" 김씨와 장씨는 오는 20일 수료하는 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의 제7기 IT마스터 과정 수강생 78명 가운데 두 사람이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이 과정 수강생들은 과정을 마치기도 전에 전원 취업에 성공했다. 특히 수강생들의 88%인 69명은 일본과 미국의 IT 업체에 채용되는 성과를 거뒀다. 절반 이상이 취업 재수생인 이들이 놀라운 성과를 거둔 이유는 강도 높은 교육과정 덕분.수강생들은 1년간 매일 10시간의 IT관련 교육 및 외국어 강의와 2시간의 자율학습을 통해 외국 기업에 맞는 글로벌 인재로 키워졌다.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몰랐던 학생들도 이젠 일본 사람과 대화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무역아카데미 이충기 이사는 "지난 2001년 26%에 머물렀던 해외 취업비율이 이번엔 90%에 육박하고 있다"면서 "스파르타식 교육도 주효했지만 외국에서 일하는 졸업생들이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취업률이 높아진 배경"이라고 말했다. 외국에 취업한 수강생들이 받는 대우는 국내 대기업의 초임을 웃돈다. 한 수강생은 "일본 취업생들은 원화로 계산하면 3천만∼4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고 귀띔했다. 무역협회는 지난 2001년부터 지금까지 IT 마스터과정을 수료한 6백56명 가운데 6백48명이 일자리를 얻었으며 해외취업률은 46%(일본 2백94명,미국 5명)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 교육비용은 1인당 1천만원이 넘지만 개인이 내는 수강료는 4백만원으로,나머지는 무역협회와 정부가 지원한다. 무협은 오는 22일까지 9기 교육생을 모집한다. 홈페이지(www.itmasters.org)를 통해 지원하면 된다. 문의 (02)6000-5373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