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에 달하는 도시계획에 묶인 민간 토지의 정부 매입을 둘러싸고 전국적으로 민원 비상이 걸렸다. 12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정부는 장기 민원해소 및 규제완화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도시계획에 10년 이상 묶여 있는 민간 사유지(대지) 8백20만평(공시지가 기준 10조6천5백억원 상당)을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매입하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재원 대책을 세워놓지 않아 지자체 민원이 폭발하고 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지자체별 매입을 앞두고 이미 땅주인들의 매수 요청이 쇄도,전국 지자체에 접수된 땅의 규모가 4천7백여 필지 약 34만평(1백12만8천44㎡),금액으론 5천7백50억원에 이른다. 행자부 관계자는 "올들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불황이 깊어지면서 정부의 매수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면서 "올 연말까지 매수 신청 규모가 1조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 형편이 열악한 지자체들이 재원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중앙정부의 자금 지원(매수 금액의 50% 지원) 등을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내년 예산에 한푼도 반영해놓지 않은 실정이다. 지자체들은 "중앙정부가 지방의 재정 형편도 고려하지 않고 매입제도를 서둘러 땅주인들의 기대감만 잔뜩 부풀려 놓았다"면서 "정부 지원이 안되면 '정부 매입을 통해 도시계획 민원을 해소한다'는 정부 정책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국적인 민원대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경우 작년에 이미 매수 청구가 9백36건 1천9백13억원에 달하고 올 연말까지 3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산시는 자체 예산을 한푼도 책정하지 못하고 정부에 7백99억원의 지원을 요청해 놓았지만 정부도 지원예산은 '전무'한 실정이다. 대구시도 매입해야 하는 민간 땅이 3천5백43억원어치에 달하지만 자체 재원이 없어 내년에 신설되는 종합부동산세의 절반을 지방에 지원해주도록 정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울산시는 지방세 초과징수분을 매입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경제 침체로 이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광주 강원 경남 등도 2백억~5백억원 규모의 매수 청구가 들어와 있고 최근 들어 매수 신청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재원 대책에는 손을 놓은 상태다. 부산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은 20~30년을 내다보고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중앙정부가 민원해소 및 규제완화에만 치중한 나머지 매수제도를 서둘러 도입하는 바람에 지자체들은 장기도시계획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면서 정부를 비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