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의사 돈 없으면 못한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앞으로 돈 없으면 의사는 물론 판·검사도 엄두를 내지 못할 판이다. 이들 직업을 갖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의·치의학 및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기까지 학비만 6천만∼1억원 정도는 써야되기 때문이다. 내년 3월 개교예정인 의·치의학전문대학원들은 한 학기 등록금만 1천만원 수준으로 책정했고 2008년 도입될 로스쿨 학비도 기존 법대의 2∼3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등록금 책정은 대학의 자율 권한"이라며 "전문대학원은 직업 교육인데다 질 높은 교육이 이뤄지는 만큼 학비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전문대학원들이 학비를 비싸게 책정함으로써 집안이 넉넉지 못한 학생들의 전문대학원 진출기회를 박탈,계층간 신분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가천의대는 내년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앞두고 지난 8일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내년 1학기 전문대학원 등록금은 수업료 8백41만원에 입학금 72만원을 더해 모두 9백13만원"이라고 공지했다. 이는 현재 의대 3학년(본과 1학년)의 등록금 4백50여만원의 2배 수준이다.
아직 등록금을 확정하지 않은 건국대(충주)와 경희대,충북대 등도 가천의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희대 관계자는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면서 교수 1인당 학생수를 4명으로 줄였고 각종 기자재 도입과 실험실습비용을 감안하면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경희대 등 5개 치의학전문대학원도 비슷한 수준으로 등록금을 책정할 계획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코스인만큼 사립대 수준의 등록금을 받는 방안과 치대(한 학기 3백46만원)보다 1.5∼2배 인상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 학기 등록금이 1천만원선에서 결정될 경우 수업료,교재비 등을 합치면 4년 간 1억원가량의 학비가 들 전망이다.
◆로스쿨=사법개혁위원회는 지난 10월 로스쿨 인가기준으로 △전임교수 20인 이상 △전임교수 대 학생비율 1대15 이하 또는 1대12 이하 △전임교수 중 20% 이상이 법조실무경력자 △법률도서관 모의법정 세미나실 정보화시설 등의 시설을 갖출 것을 다수의견으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로스쿨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대학들은 건물 신축 등의 투자경쟁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 김원찬 학술협력과 과장은 "로스쿨 설립과정에서 교수 채용,시설투자 등의 이유로 등록금이 현재보다 2배 정도 올라갈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로스쿨을 도입한 국립대는 연간 80만엔(약 8백만원),사립대는 2백만엔(약 2천만원) 정도 등록금을 올렸다. 한 고시생은 "지금은 1년에 1천만원 정도의 부담으로 고시를 준비할 수 있지만 로스쿨 졸업에는 1억원 가까이 든다니 암담하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