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의 정기국회 처리가 무산됨으로써 임시국회로 넘겨졌다. 하지만 임시국회를 열어 놓고서도 예산안 심의를 사실상 중단하는 등 첫날부터 겉돌고 있는 모습은 정말 실망스럽다. 솔직히 여야 정치권은 나라 살림살이인 예산안 처리를 헌법이 정한 법정기일(2일)을 넘긴 것만으로도 비난받아 마땅한데 임시국회에서마저 예산안 심의는 뒷전인 채 정쟁에만 매달려 있으니 참으로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예산안은 결코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서도 안된다. 그런 점에서 여야는 예산안 처리가 지연된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게 떠넘기는데 급급할게 아니라 먼저 절실한 자기반성부터 필요하다. 이번 임시국회의 최우선 과제가 예산안 처리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야는 극한대치와 정쟁만 거듭할게 아니라 보다 꼼꼼하게 예산안을 점검하고 하루빨리 예산규모를 확정해줌으로써 정부가 내년 나라살림을 차질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전념하지 않으면 안된다.정부 원안대로 1백31조5천억원 규모의 예산을 통과시키자는 여당이나 7조5천억원을 삭감하자는 야당의 입장 차이가 크지만 절충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고 보면 적극적으로 타협을 모색하는 것이 정치권의 할 일이다. 각종 민생법안 처리도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거래세 인하 등 세법 개정안 등도 심의·처리되지 않으면 국민생활에 엄청난 불편과 혼란이 초래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여야는 임시국회에서 만큼은 더 이상 파행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새해 예산안과 경제법안의 철저한 심의와 처리에만 집중함으로써 민생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또다시 예산안 처리를 핑계로 4대 개혁법안을 밀어붙이는 식의 정략적 태도로 접근한다거나,이를 저지하기 위해 예산안을 볼모로 삼는 등의 행태를 되풀이해선 정말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