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9일 원·달러환율 하락세와 관련,"환율이 거의 균형점에 이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달러 약세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으면 국내 환율시장에서 자생력이 살아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향후 환율이 급락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는 얘기다. 박 총재는 또 내년 경기와 관련, "올 4·4분기 성장률은 3%대 중반 수준으로 내려가고,이런 저성장 국면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박 총재와의 일문일답. -이달 콜금리를 동결한 배경은. "현재 경제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는 게 아니라 연초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가 횡보하다가 하반기부터 회복이 시작되는 'U자형 터널'을 지날 것이다. 지난 8월에 이미 이 같은 인식을 갖고 금리를 두차례 낮췄다. 지금은 금리인하 효과를 기다려 봐야 할 때라고 금통위는 판단하고 있다." -두차례 콜금리 인하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는데. "금융시장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지만 실물시장에서 체감할 만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콜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을 했는데. "이 부총리가 일반론을 얘기한 것인데 와전된 것 같다. 재정과 금융의 정책적 협조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해한다."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이 일부 민간 경제연구소들보다 낮은데. "성장률 예측을 위한 인력을 최근 대폭 보강했다. 정부에서 서운하게 볼지도 모르겠지만 계량추계치가 그렇게 나온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향후 환율 전망은. "환율이 거의 균형점에 이른 것 같다. 수출업체들이 2년 후에 받을 달러까지 미리 앞당겨 시장에 내놓는 과열양상을 보였지만 이제는 시장에 물량이 나올 만큼 나온 것 같다. 앞으로는 정유사 등에서 달러 결제수요도 있을 것이다." -내년 부동산시장은 어떻게 보나. "부동산시장은 내년까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금리인하가 부동산 거품을 조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시야를 좀 멀리 보면 부동산 거품 가능성에 대해 안심할 수 없다. 계속 주시하고 필요하다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내년 5% 성장을 위한 재정 및 금융의 정책조합을 상당히 기대했지만 한은은 생각이 다른 것 같은데. "4%든,5%든 성장률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민생현장이다. 예를 들면 내가 사는 은평구에 최근 이마트가 생겼는데,이 할인점은 많은 이익을 내고 있지만 주변 수백 수천개의 구멍가게와 재래시장 상인들은 매상이 줄고 사실상 실업상태에 빠져 있다. 이런 실업은 통계에도 안 잡힌다. 결국 성장률이 낮아서 문제가 아니라 성장이 구조조정 과정과 겹치다 보니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나는 게 진짜 문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