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던 열대 작물인 바나나가 서울 가로수로 쓰인다. 한반도 전체의 생태계는 완전 파괴되고 겨울에도 홍수가 발생한다.' 한반도 연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6도나 높은 19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100년의 모습이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등)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지만 온실가스의 획기적인 감축이 현실적으로 쉽지않은 상황이어서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이상기온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상연구소 권원태 기후연구실장은 "이미 한반도에서도 아열대 현상 등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온실가스를 지금부터 줄인다 해도 향후 50~1백년 간은 기존 온실가스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열대 기후 징후 나타나=지난 11월 한 달 동안 서울 기온은 단 한번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이는 1907년 국내 기상관측이 실시된 이후 처음이다. 또 이달 들어서도 속초 등 주요 지역에서 12월 기온 관측 이후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다. 실제 4계절의 기간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1920년대와 비교할 때 90년대 서울의 겨울 기간은 27일이나 줄어들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반면 여름과 봄은 길어졌으며 강수일수도 전국적으로 줄었지만 하루 강수량이 80mm가 넘는 호우 일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아열대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30~40년 동안 고등어 멸치 오징어 등 난류성 어획량은 증가한 반면 명태 대구 등 한류성 어족 어획량은 급감하고 있다. 또 열대나 아열대 기후에서 서식하는 곤충(영양사슴하늘소 등)도 발견되고 있다. ◆'21세기 기온 상승,20세기의 4배'=권 실장은 "지금과 같이 온실가스를 계속 뿜어낼 경우엔 96년 뒤인 오는 2100년 한반도 연간 평균 기온은 19도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금보다 6도가량 높은 것이다. 권 실장은 "기온과 생태계가 크게 다른 서울과 제주도 서귀포시의 연평균 기온차가 4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아무런 대책 없이 갈 경우 오는 2100년엔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난화로 인한 강수량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는 2040년대에 강수량이 지금보다 15% 증가하고 2100년엔 30%까지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여름은 물론이고 한 겨울에도 대형 홍수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상기온 피해 급증=기상변화로 인한 피해는 이미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홍수피해의 경우 지난 74년부터 84년까지 10년 간 연평균 재산피해액이 1천7백억원에 불과했으나 94∼2003년엔 1조7천1백억원으로 10배가량 증가했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 규모도 대형화되면서 2002년 '루사'로 5조1천4백79억원,2003년 '매미'로 4조2천2백24억원 등 2년 연속 4조원이 넘는 재산피해가 났고 특히 6차례 발생한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풍수해 피해는 지난 87년을 제외하면 최근 5년 간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지난 1백년 간 해수면은 10∼20cm 상승했고 2100년에는 해수면 상승이 최대 88cm까지 이를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범람 가능 면적이 한반도 전체 면적의 1.2%에 해당하는 2천6백43㎢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