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재정 '쌍둥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이 국채 신용등급에서 최상급 '트리플 A(AAA)'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은 과연 정당한 일인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쌍둥이 적자와 달러약세,사회보장비용 증가 등 미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산적해 있지만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여전히 'AAA'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은 무디스가 1917년 처음 국채 신용등급을 매기기 시작한 이후 한번도 'AAA' 등급에서 떨어진 적이 없다. ◆미국 경제,과대 포장돼 있다=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미 국채가 디폴트(지급불능) 사태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정부가 부담할 수 있는 적자에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 경제의 불안 요소들 때문에 국채수익률이 급등(채권가격 급락)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를 상회하는 등 현 상황을 감안하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AAA'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란 지적이다. 신생 신용평가회사 이건·존스는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이 현행보다 두 단계 낮은 '더블 A(AA)'로 하향 조정돼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이 문제에 관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보고서는 "미 국채의 디폴트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 정부가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다는 점을 신용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며 "미 국채는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기존의 인식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등급 하락시 충격은 상상 초월=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들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는 부채를 자국통화인 달러로 갚기 때문에 환율변동으로 인해 부채 상환능력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하지만 미국의 신용등급이 한두 단계라도 추락할 경우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하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