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7개월째인 산모 L씨(30)는 요즘 탯줄혈액(제대혈)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있다.


그는 그동안 탯줄혈액과 관련한 주변의 얘기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조선대 의대 송창훈 교수 등 국내 연구 팀이 탯줄혈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식해 19년간 휠체어에 의지해온 척수마비 환자를 고쳤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줄기세포가 들어있다는 탯줄혈액을 자신도 보관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탯줄혈액을 보관하는 것이 아기에게 왜 좋은지,보관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남편에게 물어봐도 탯줄혈액 보관비로 차라리 아기 옷이나 한벌 더 사주는 게 낫지 않겠나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탯줄혈액은 무엇이며 어떤 경우에 활용될 수 있는 지를 알아본다.


◆탯줄혈액은 백혈병 고치는 조혈모 세포 함유


탯줄혈액은 탯줄 속에 흐르면서 아기에게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을 말한다.


탯줄혈액에는 조혈모 세포와 줄기세포가 들어 있다.


조혈모세포는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 모든 혈액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혈액의 어머니'로도 통한다.


아기가 자라면서 조혈모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백혈병,재생불량성 빈혈 등 난치성 혈액질환에 걸리게 되는데,이때 탯줄혈액에서 추출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치료하는 것이다.


조혈모세포는 악성림프종,선천성 면역결핍질환(PID) 등의 질병 치료에도 사용된다.


제대혈은 자신의 세포이기 때문에 이식을 해도 면역거부반응이 없으며 아기의 몸이 아닌 탯줄에서 얻으므로 채취하더라도 아기에게 해를 미치지 않는다.


제대혈은 아기가 태어날 때 단 한 번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때 보관하지 않았다면 조직적합성 항원(HLA)이 일치하는 타인의 골수나 제대혈을 구해 이식해야 한다.


골수는 조직적합성 항원 6개가 모두 일치해야 이식이 가능하나 제대혈은 다른 사람의 것이라도 조직적합성 항원 6개 중 3개만 맞으면 되기 때문에 기증자를 찾기 쉬운 장점이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 크게 늘어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3개 제대혈 은행을 통해 2년간 1만5천 단위의 탯줄혈액을 냉동보관하고 이를 7개 이식센터에서 이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탯줄혈액 조혈모세포는 1988년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으며 국내에서는 1996년에 최초로 이식이 이루어졌다.


90년대 후반만 해도 1년에 몇 건 정도에 불과했던 이식 건수는 2002년부터 크게 늘어나 올해의 경우 업체 별로 많게는 1백여건에 이르고 있다.


이식 성공률은 8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탯줄혈액서 채취한 줄기세포 이용한 질병 치료 활기


탯줄혈액에서는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와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조선대 의대 송 교수 팀도 이 줄기세포를 이용해 척수마비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켰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조혈모세포와는 달리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으며 현재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따라서 탯줄혈액 줄기세포 치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백혈병 등 주로 혈액질환에 이용되는 조혈모세포와는 달리 줄기세포의 치료 범위는 아주 넓다.


줄기세포 치료에는 배아줄기세포,제대혈 줄기세포,골수 줄기세포 등 3가지가 사용된다.


배아줄기세포는 분화능력이 뛰어나지만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 분화를 통제하기가 어려워 환자에게 이식했을 경우 종양으로 변할 수도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골수 기증이 보편화돼 있어 골수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와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그러나 기증자나 환자로부터 골수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전신마취,입원 등을 해야 하는 부담이 뒤따른다.


탯줄혈액 줄기세포는 일단 탯줄혈액을 보관하면 환자나 기증자의 부담 없이 추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탯줄혈액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당뇨병,파킨슨병,간질환,심장병 등 난치병 치료에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전문의들은 "최근 성인에 조혈모세포를 이식 성공한 사례가 보고되는 등 탯줄혈액의 시술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도움말=김대원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보령아이맘셀뱅크,라이프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