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후 노무현 대통령의 어깨를 짓누른 가장 큰 요소는 북핵문제와 경제문제였다. 노 대통령의 릴레이 해외 순방과 정상회담은 자연스레 북핵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 중에서도 북핵문제를 놓고 갈등설이 불거진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이 큰 숙제였고,일본 중국 러시아 등 나머지 주변 4강국과 우호적인 관계정립이 그 다음으로 부담가는 과제였다. 노 대통령이 남미3국을 방문하고 영국을 첫 국빈방문한 자리에서도 북핵 해결을 주요 의제로 부각시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노 대통령은 이번 유럽순방 3개국 중 하나인 폴란드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평화적·외교적 해결'이라는 기존의 북핵해법을 재차 강조했다. 그만큼 노 대통령으로선 북핵문제 해결이 절박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노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좀 더 기다려봐야 하지만 적어도 북핵에 관한 한 노 대통령은 당초 목적했던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더이상 한·미갈등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게 단적인 예다. 최근 부쩍 밝아진 노 대통령의 표정과 자신감은 이의 반영이다. 그러나 북핵문제와 달리 경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어려운 과제다. 내수침체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기는 커녕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수출증가세도 둔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꺾는 각종 경제법안들이 발의돼 기업들이 반발하는 등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노 대통령의 해외방문 때마다 우리 기업에 대한 찬사는 끊이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폴란드 동포간담회에서 "(현지의) 대우전자를 다녀왔는데,긴 설명 안 드리고 기분이 억수로 좋습니다"라며 해외로 진출해 자리잡아 가는 한국기업을 지켜본 소감을 말했다. 우리기업의 해외 활약상에 고무돼 "기업이 국가"라는 말을 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노 대통령의 이런 기업에 대한 릴레이 칭찬이 국내에서도 이어지는 날은 언제가 될지 생각해본다. 바르샤바(폴란드)=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