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웃속으로] (2) 선진 기부문화 '매칭 그랜트'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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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정성껏 준비했습니다.편하게 마음껏 드십시오."
30일 오전 11시 서울 청량리역 인근에서 무료급식운동을 벌이는 '밥퍼 운동본부' 식당.앞치마를 두른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이 줄지어 선 노숙자들에게 점심을 배식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건넸다.
감격어린 박수가 이어졌다.
임직원들과 함께 주방으로 자리를 옮긴 김 부회장은 주걱을 들었다.
이날 김 부회장은 식판에 밥을 담는 일을 맡았다.
여느 식당 아주머니처럼 익숙한 손놀림은 아니지만 서너번씩 꼭꼭 눌러담는 손길에 정성이 묻어났다.
1시간30분동안 밥을 푸고 식판을 나른 김 부회장의 얼굴은 땀으로 흥건해졌다.
이날 LG전자 임원들은 노숙자와 독거노인 1천여명에게 일일이 밥과 반찬을 담아 대접했고,자신들도 같은 반찬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김 부회장은 "이웃을 돕는 보람이 이렇게 뿌듯할 줄은 미처 몰랐다"며 "지금까지 너무 앞만 보고 살아왔는데 주변을 돌아볼 이런 기회를 갖게 된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LG전자는 최일도 목사가 이끄는 다일복지재단에 대형 냉장고를 제공하는 등 앞으로 1년간 3천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단순히 돈만 지원하는게 아니라 이날처럼 LG전자 임원과 노조간부가 매달 10명씩 번갈아가며 '밥퍼' 행사에 직접 참여키로 했다.
"과거 모 정치인이 5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나섰지만 '떳떳하지 못한 돈'이라고 판단해 거부한 적도 있다"는 최 목사가 이날은 "LG전자의 후원금엔 땀과 인정이 서려있는게 느껴진다"며 고마워 한것도 최고 경영자를 비롯한 임직원이 직접 봉사활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최 목사는 "경기침체로 인해 '밥퍼'식당을 찾는 사람이 작년보다 2배 가량 늘었다"며 "LG전자 같은 기업이 더 많이 나와 어려운 이웃을 돌봐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낙원 LG전자 사회공헌그룹 부장은 "연말연시에 생색용 '이벤트성' 봉사활동이나 기부활동을 벌이기 보다는 이웃속에 들어가 그들의 애환을 함께 느끼면서 마음으로부터 돕는 현장 봉사활동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펼칠 것"이라며 "그 기업이 속한 사회와 고객이 건강해야 기업도 발전한다는 관점에서 사회봉사는 당연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위해 지난 10월말 선진국형 사회공헌 제도를 도입했다.
임원 2백여명 전원이 매달 급여의 1%를 사회공헌기금으로 내고,회사도 이에 발맞춰 같은 금액만큼을 출연하는 '매칭 그랜트' 제도를 도입한 것.이날 봉사활동에 들어간 비용도 이 기금에서 마련됐다.
LG전자가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크게 세가지.'회사 돈'이 아닌 '자기 돈'을 내는 만큼 임직원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훨씬 큰 관심을 갖게 된다는게 첫번째 이유다.
'임직원이 가는 곳엔 기업도 함께 한다'는 인식을 심어줘 회사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것도 이 제도만의 장점이다.
여기에 회사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고,임직원간 화합과 단결심을 높여주기도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이 제도를 도입한 뒤 사회공헌 활동내역을 매달 꼼꼼히 챙기는 임원이 나오는 등 봉사활동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졌다"며 "현재 일반 직원의 경우 월급여의 1천원 미만 '우수리'를 떼내 사회공헌기금에 보태고 있는데 내년 중 이에 대해서도 '매칭 그랜트'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사회공헌 활동은 LG전자뿐 아니라 LG그룹 계열사 전반에 넓게 퍼져있다.
LG의 짜임새 있는 사회공헌 활동은 그룹차원의 지원활동에 그대로 나타난다.
연간 3백82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문화·장학사업(LG연암문화재단) △복지(LG복지재단) △교육(연암학원) △환경(LG상록재단) △언론(LG상남언론재단) 등 5개 분야별 전문 공익재단을 통해 투입되고 있는 것.지금까지 이들 재단의 혜택을 받은 사람만 수십만명에 달한다는게 LG측의 설명이다.
LG 계열사들 역시 이와 별도로 회사의 특색에 맞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계열사를 포함한 LG의 전체 사회공헌활동 사업비는 올해 8백50억원에 달한다.
각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벌이는 지역사회 봉사활동이나 자연보호 활동,수재민 지원 활동 등은 기본이다.
대부분 계열사들은 보다 체계적인 사회공헌을 위해 '1% 나눔활동'과 매칭 그랜트 도입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LGCNS의 경우 LG전자의 '1% 나눔활동'과는 다소 다르지만 임직원들로부터 매달 희망하는 금액만큼 월급에서 공제해 인천 부평의 임마뉴엘 어린이집에 성금으로 전달하고 있다.
LG홈쇼핑은 판매수익금의 일부를 기금으로 마련,각종 단체에 기부하고 있으며 LG화학은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 꿈나무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정윤석 LG복지재단 상무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높아진 브랜드 가치는 매출 증대로 이어져 결국 그 과실은 기업에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