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업공개(IPO)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국 증권거래소가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엄격한 기업지배구조 법률 등으로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영국 일본 싱가포르 캐나다 등 다른 국가 증권거래소들이 중국 기업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런던증권거래소(LSE)는 최근 홍콩에 지점을 개설,본격적인 중국 공략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싱가포르증권거래소 뉴욕증권거래소(NYSE) 토론토증권거래소의 경영진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달 중국 신화통신 자회사인 신화파이낸스를 일본 주식시장으로 '모셔오는' 성과를 올린 도쿄증권거래소는 해외증시 상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 기업 50곳과 꾸준히 접촉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증권거래소는 중국 기업 유치 로비전에 싱가포르 정부까지 동원하고 있다. 각국 증권거래소가 중국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해외상장을 시도,IPO 업계를 먹여살리는 돈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올해 세계 IPO 물량의 6.75%를 차지했고,향후 이 비율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기업의 IPO는 이미 아시아 시장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항공업체 에어차이나와 통신기업 ZTE는 홍콩 및 런던증시 상장을 통해 각각 11억달러와 3억5천만달러의 자금을 모았으며,내년에도 건설은행 중국은행 등 대규모 IPO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미 주식시장에 대한 중국 기업의 선호도 하락도 유치 경쟁을 촉발시켰다.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사베인-옥슬리법'과 같은 엄격한 기업지배구조 법률에 걸려 상당수가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법률회사 허버트스미스에 따르면 NYSE에 진출한 중국 기업 중 11.5%,나스닥 진출 기업 중 17.2%가 소송에 휘말린 상황이다. 미국 증권거래소들도 바빠졌다. NYSE는 베이징에 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이며,나스닥도 중국 내 지점 개설을 적극 검토 중이다. NYSE의 노린 쿨헤인 부사장은 "중국 기업을 유치하는 확실한 방법은 인적 관계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 당국자들과 관련 업계 변호사 회계사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