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프랑스의 외교관계는 1886년 우호통상조약 체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민국의 국호로는 1949년 2월 15일 정식 수교해전통적인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우리 외교의 무게가 미국과 동북아에 실리면서 유럽의 일원인 프랑스와는 정치적으로는 이해 관계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만 프랑스도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의 입장에서 북한 핵과 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6자 회담이 진전되면 어느 시점에는 유럽연합(EU)도 이 문제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태생적 한계와 냉전 등으로 인해 미국에 경도된 대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세계가 다극 체제로 이행하는 만큼 균형잡힌 외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프랑스를 축으로 한 유럽과의 관계 강화가 한 방법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다음달 5일부터 2박3일간 프랑스 방문은 이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역도 양국 경제 규모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다. 한국 휴대폰과 자동차 판매가약진하긴 하지만 지난해 양국간 총 교역 규모는 40억 달러에 그쳤고 올해는 50억 달러 선을 기록할 전망이다. 휴대폰, 승용차, 선박, 모니터 및 TV, 의류, 에어컨, 냉장고 등이 주요 수출품이고 프랑스로부터는 집적회로 반도체, 의약품, 화장품, 자동차부품, 화학제품 및원료를 주로 사들인다. 프랑스와 한국의 경제규모가 각각 세계 5위, 12위인 점을 감안하면 교역 규모가기대 이하인 것은 사실이다. 5년 안에 현재 교역 규모를 배가한다는 게 대사관의 목표다. 정부는 프랑스 기업의 한국내 투자 유치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번 노 대통령 프랑스 방문 때도 많은 기업인이 동행하고 이곳 기업인 단체인 프랑스기업운동(MEDEF)과 조찬 간담회를 갖는 등 투자 유치에 각별한 신경을 쓸 예정이다. 우리 문화의 프랑스 진출은 상당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박찬욱,김기덕 감독 등의 영화가 크게 주목 받았고 한국 소설도 갈수록 관심을 끌고 있다. 주불 문화원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일본문화원의 10분의 1에 불과한 예산과 열악한 시설로는 역부족인 것으로 지적된다. 이처럼 관계 활성화와 우리의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그런데도 관계증진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는 현안들이 자칫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탈취해 간 외규장각 도서 반환과 프랑스 해군 수로국의일본해 단독표기 문제가 그것이다. 외규장각 도서반환 문제는 오래전에 양국이 상호 대여 원칙에 합의했으나 이후학자들로 구성된 민간 차원의 실무협의가 교착됐고 이에따라 정부는 기존 합의사항을 재검토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이지만 미래지향적 관계 진전에 걸림돌이 되서는 곤란한 만큼 노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지속적인 해결 노력을 강조하는 원칙적인 수준에서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해 표기 문제의 경우 과거 일제가 국제수로기구(IHO)에서 일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IHO의 '해양의 경계'에 일본해 단독 표기를 했고 프랑스 해군 수로국도 이 기준에 따르는 등 뿌리깊은 배경이 있다. 따라서 최소한 동해ㆍ일본해 병기를 이끌어내려면 정부 노력 뿐 아니라 민간이저변에서 연구하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