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우리나라의 과거 핵물질 실험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지 않음은 물론 이번 이사회에서 종결키로 한 것은 한국정부가 실로 오랜만에 거둔 외교적 노력의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이 문제가 불거진 직후 해외에서 잇단 `한국 때리기'로 `코너'에 몰렸던한국 정부는 막판 뒤집기에 성공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주도적 입장을 취해가겠다는 방침에도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사실 이 문제가 터졌을 당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스탠스'는 그리 넓지 않았다. 일부 과학자들의 호기심 차원의 순수실험이라 할 지라도 지난 2월 추가의정서를비준한 정부로서는 뒤늦게 IAEA에 신고했기에 수세에 몰릴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게다가 IAEA 1차 사찰단의 국내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9월2일 `숨기면 커진다'는 위기의식에 따라 자진 공개한 것이어서 입장은 더욱 난처하게 됐다. 초기의 우라늄 분리 발표와 달리 플루토늄 추출건까지 불거지자 외신들은 실험의 순수성보다는 정부의 개입의도 등에 무게를 두며 각종 의구심을 쏟아냈다. 외신들은 "양은 미미하지만 무기급에 매우 근접", "과학자들은 정부운영 연구소소속"이라며 정부 개입 가능성을 거론했고, 일부는 "미국이 한국에 철저한 조사를요구했다"고 보도, 한미 양국간의 갈등 양상으로 확대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3차례의 고강도 사찰의 산물인 IAEA 사무국 보고서를 분석하면서 "한국이생산한 플루토늄 우라늄의 순도와 농도는 무기급"이라며 보고서의 정확한 맥락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막판까지 보이기도 했다. IAEA 이사국들도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의 `심각한 우려'(serious concern) 표명을 계기로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와중에 IAEA 이사국 중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 차관이 "한국의 핵물질 실험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그냥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며 외교력을 총동원하며 실험의 순수성과 사찰허용 등을 강조하며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나섰다. 최영진 외교차관과 오 명 과기부총리가 미국, 캐나다를 방문해 협조를 요청했고,이종석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도 볼턴 차관 등과 `담판'을 짓기도 했다. 문제가 불거진 지난 9월부터는 NSC를 중심으로 외교부, 과기부 등 관련부처 실무진으로 `태스크포스'를 가동, 30여차례가 넘는 대책회의를 하는 한편, 국내 주재IAEA 이사국들을 외교부로 불러 허심탄회하게 우리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각종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반기문 외교장관 역시 개별국가와 회담시 실험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의혹 확대 차단을 위해 `평화적 핵이용 4원칙'을 천명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이 자국내 강경입장을 누르고 우리의 손을 들어줬고, 당초 안보리 회부를 주장했던 프랑스는 IAEA 이사회에서 아예 공식발언을 하지 않았다. 한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가장 원하던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론으로, 우리의 외교전이 주효했다"며 "하지만 향후 이번과 같은 신고되지 않은 핵물질 실험이 재발된다면 큰 데미지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