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한·미 D램 분쟁에 이어 한·유럽연합(EU)간 조선 분쟁에서도 한국측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 차원에서 진행됐던 기업 구조조정이 정부 보조금에 해당한다는 국제 통상시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특히 반도체 조선 등 한국 기업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경쟁국들이 더 이상 정부 보조금 문제를 한국에 대한 통상공세 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객관적인 판례 근거를 확보했다는 점에 업계는 고무된 분위기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25일 "정부 보조금 문제로 WTO 분쟁 해결절차를 밟았던 한·미 D램분쟁과 한·EU 조선분쟁에서 만약 한국이 패소했을 경우 외환위기 이후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혜택을 받은 수많은 기업들을 상대로 한 유사 분쟁이 잇따랐을 것"이라며 "정부 보조금으로 촉발될 수 있는 통상마찰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정부 보조금 분쟁과 관련한 한국측의 잇따른 승소는 현재 한국에 대한 통상공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국가들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본은 하이닉스의 D램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를 위해 자체 국내조사를 벌이고 있지만,한·미 D램분쟁에서 한국이 승소함에 따라 상계관세 부과에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 미국측이 한국산 인쇄용지(아트지)가 제지업체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구조조정 보조금 덕에 싼 값으로 미국에 수입되고 있다며 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지만,이번 D램과 조선분쟁 판결로 실행에 옮기기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약점을 분쟁화시키고 이를 통해 국제 시장에서 힘을 잃게 만드려는 외국 기업들의 부당한 행태를 바로잡는데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외환위기 기업구조조정을 거친 기업들이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