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로 예정된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여부를 놓고 정치권에 이어 금융감독위원회도 '시행 연기'로 입장을 정리,'예정대로 강행'을 주장해 온 재정경제부가 수세에 몰리고 있다. 재경부는 아직까지 "내년 4월 시행한다는 원칙은 변함없다"면서도 방카슈랑스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공식 인정,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생명보험사의 보장성보험과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2단계 방카슈랑스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경부 "문제 많다" 인정 박재식 재경부 보험제도과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방카슈랑스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1단계 방카슈랑스 점검 결과 최대 수혜자인 은행의 불법행위가 상당수 적발됐다"며 "일벌백계 차원에서 문책 등 강도 높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때 설계사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재경부가 "2단계 방카슈랑스를 시행도 해보지 않고 연기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상당히 바꾼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달 12일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2단계 방카슈랑스를 예정대로 내년 4월 시행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재경부는 특히 정치권이 '법 개정안'까지 발의해 가며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연기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상당히 신경 쓰는 분위기다. ◆금감위 "1년쯤 연기 바람직"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23일 "1단계 방카슈랑스에 대한 실태점검을 벌인 결과 은행의 불공정행위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보완책을 마련해 1년 정도 시행해 본 뒤 방카슈랑스 대상상품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선 금감위 보험감독과장도 국회 공청회에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의 발언은 사견임을 전제로 나온 것이지만 금융감독당국 입장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전면유보" 지난달 재경부와 금감위를 국정감사하는 과정에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한결같이 지난해 9월 시작된 1단계 방카슈랑스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은행에서 대출고객에게 보험 가입을 강요하는 '꺾기',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보험사에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행위,중소 보험사의 도태 위기와 보험설계사의 대량 실업 우려 등이 지적됐다. 우제창(열린우리당)·엄호성(한나라당)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여·야 의원 70여명의 동의를 얻어 지난 16일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방카슈랑스 대상을 1단계 방카슈랑스 판매상품인 개인 저축성보험으로만 한정,방카슈랑스 확대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골자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