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진정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려면 좀더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오는 12월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 임기를 마치는 윌리엄 오벌린 보잉코리아 회장(59)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성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고 이를 위한 정책도 갖고 있지만 노동계와의 갈등이 두려워 일관되게 정책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미국을 방문해 2년 내에 경직된 노동시장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기억한다"며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계속해서 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벌린 회장은 "한국 정부는 노동정책 뿐 아니라 여러가지 분야에서 다양한 로드맵을 갖고 있지만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게 많다"며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실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벌린 회장은 그러나 "한국 경제를 매우 낙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매우 강하다"며 "씨티은행을 포함해 많은 미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과 달리 한국 기업인들과 소비자들은 한국 경제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가장 시급한 일은 한국 경제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재집권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성격과 스타일이 비슷해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안보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암참 회장을 하는 동안 한미투자협정(BIT)이 맺어지는 걸 보고 싶었는데 이 점이 가장 아쉽다"며 "그래도 BIT의 중요성을 많이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벌린 회장은 지난 85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후 한국을 떠났던 6년을 제외하면 줄곧 보잉코리아에서 일을 해왔다. 그는 "한국의 다이내믹한 발전과 성장을 함께 경험하고 싶어 한국을 선택했고 이 나라를 사랑한다"며 "한국에 처음 온 날부터 지금까지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게 많다는 점이 한국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암참 회장직에서 물러나면 일단 보잉 회장으로서의 업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그는 "이 밖에 비즈니스 리더십에 대한 책을 한 권 집필하고 네살된 딸에게 골프를 가르쳐주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