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은 22일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 교세라 명예회장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빌딩에서 오찬 회동을 가졌다. 오찬을 겸해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 최 회장은 내수침체와 고유가,달러 약세가 겹치면서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한국의 대기업은 지난 IMF 관리체제를 거치면서 진행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개선과 수익성의 획기적 개선 성과를 거두면서 급속히 경쟁력을 회복해 왔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현재 대기업의 투자부진에 대해 "주주 중심주의 패러다임의 대두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를 단행하기 어려운 여건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또 "외국인 지분율 증가 등 주주 구성의 변화와 이들의 단기수익 중시경영 요구 및 잠재적인 경영권 위협이 대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나모리 회장은 "일본 경제가 10년 장기불황을 극복하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일본 전후세대에서 가장 어그레시브한(공격적인) 경영자들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얘기하고 경제가 발전하려면 도전 정신과 기업가 정신에 투철한 경영자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극동지역의 한·중·일 공동시장과 같은 양국 재계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젊은 세대 사이의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나모리 회장의 지원을 부탁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젊은 세대의 교류에 최 회장이 리더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이어 "일본의 젊은 경영자 1천8백여명이 함께 공부하며 경영철학과 경영자로서의 자세를 다지는 세이와(盛和)경영학교의 회원들을 소개해주겠다"며 최 회장을 일본으로 초청했다. 거대 그룹을 독립채산이 가능한 중소기업으로 잘게 쪼갠 이나모리 회장의 '아메바경영'은 SK그룹이 기업문화와 브랜드만을 공유토록 하겠다는 최 회장의 '포스트 재벌체제' 실험과 맥이 비슷하다. 고 최종현 SK 회장 때는 SK의 SKMS(SK경영관리체계) 및 SUPEX(SK 경영기법) 추구법과 이나모리 회장의 '아메바경영'이 서로 기법을 교류하고 SK텔레텍이 만드는 이동전화단말기 기술을 양사 간에 제휴하기도 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