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공인중개사 시험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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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치러진 제15회 공인중개사 시험의 난이도를 놓고 불거진 파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와 시험시행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에는 매일 수백건의 항의 메일이 폭주하고 있다.
수많은 응시생들의 항의내용을 정리하면 '시험이 어려운 것은 고사하고,문제를 읽을 시간조차 없었다'는 것과 '재시험을 치르거나 합격점수(1백점 만점에 평균 60점 이상)를 낮춰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건교부가 공개사과까지 했지만 이번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최근 몇년새 수험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85년 1회 시험을 빼고 환란(換亂)직전인 96년까지 원서접수자가 5만명을 넘은 적이 거의 없었지만 2002년에는 26만명을 넘었다.
올해도 24만여명이 접수해 15만여명이 시험을 치렀다.
이러다 보니 '수능(修能) 빼고 응시자가 가장 많은 시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실업·실직자와 주부,노인까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수험생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생계형 자격증'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문을 읽을 시간조차 없을 정도'였던 시험문제를 접한 수험생들의 마음이 무너져내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입 수능준비생처럼 "빠듯한 살림에 1백50만원이나 하는 학원수강료를 내고 도서관과 집을 오가며 밤새워 공부했다"는 50대 수험생의 하소연에서도 이런 허탈감이 묻어나온다.
물론 공인중개사 자격취득자가 지난해까지 17만5천명(실제 개업은 5만여명)에 이를 정도로 넘쳐나는 상황에서 합격자 수를 조절할 정책적 필요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환란 때보다 더 어렵다는 경제현실 속에서 이들 생계형 수험생에게 '숫자 조절'이라는 명분을 들이대는 것은 정책 당국의 태도가 아닌 듯 싶다.
정부가 '자격증의 남발'을 막은 게 아니라 생계를 잇기 위한 '마지막 비상구'를 닫아버린 꼴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강황식 건설부동산부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