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내년부터 은행 경영평가 항목에 중소기업 대출 등 지원 내용을 감독 항목에 포함시킨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금융계 일각에서는 무리한 정책이라는 여론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 기자와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박준식, 어제 나온 정책을 두고 금융권 반응은 어떻습니까? 네, 한마디로 또 다른 형태의 관치라는 반응입니다. 정부의 입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강구하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은행을 압박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은행과 정부의 시각차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일단 은행들이 대폭적이고 과감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은행은 이에 대해 불만이 많습니다. 마치 은행들이 자기들만 살겠다고 중소기업 지원을 않하고 비쳐진다며 볼멘소립니다. 중소기업 대출 시장은 은행 영업과 수익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으로 은행 판단에 필요하다면 정부가 뜯어말려도 대출을 더 해 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대출을 줄이고 관리를 강화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드러내 놓고 표현은 않하지만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은행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그래도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에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는 여론이 비등한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네, 올해 들어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소호와 숙박업, 그리고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자 은행들은 누구보다 먼저 관리를 강화했습니다. 지난해 10개월 동안 32조9천억원 증가했던 중소기업 대출은 올 같은 기간 14조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대출 감소폭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분기 대출 증가금액은 14조6천억원, 하지만 올 1분기에는 7조원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2분기와 3분기 증가액도 각각 3조9700억원과 1조6700억원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올해 들어 대출이 줄어든 것보다는 지난 2002년과 2003년 사이에 중소기업 대출이 비이상적으로 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경기가 뚜렷하게 좋아진 것도 아닌데 아니면서 중소기업은 많은 돈을 은행에서 빌려 썼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빌린 돈은 운전자금이나 순수한 생산에 사용하지도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자금을 건물과 공장, 그리고 부동산 등 고정자산에 투입했다고 은행 대출 담당자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들인 고정자산이 부동산 억제라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으로 고스란히 피해를 남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분명한 사업성 검증없이 대출을 해준 은행과 이를 방만하게 운영한 상당수 중소기업, 그리고 부동산 억제라는 정부의 철퇴가 지금의 상황을 만든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굳이 우리가 이 자리에서 우는 소리를 않해도 은행이건 기업이건 어려움에 처한 것은 마찬가지인데요, 지금 시점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후속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네 정부의 정책이 무리수라도 결국 기업을 살리고 경기를 부양하자는 큰 그림이라는 점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왜곡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중소기업 지원은 대출 총량이나 숫자를 두고 판단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이번 정책도 방향성만 제시해야지 제재 등의 물리력을 동원해서는 안됩니다. 이제 은행들도 정부해서 하란다고 해서 대출을 늘릴 가능성도 낮습니다. 극단적인 기업 지원이라는 정부의 정책을 두말없이 따랐다가 공적자금 투입과 합병을 경험한 우리은행의 경우, 결국 욕을 먹는 것은 해당 은행입니다. 한가지 더 보다 섬세한 지원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80%까지 떨어진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규모를 여신 30억원 미만의 소기업에게는 다시 100%로 확대해야 합니다. 물론 한시적인 조치로 말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부도 일부 손해보는 부분을 가지고 신보와 기보를 질책하는 등 과거의 근시안적인 조치를 위해서는 안됩니다. 그럼 자금 공급자 입장에서 은행은 어떠한 대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했듯이 중소기업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인네요. 간략하게 정리해주십쇼 여전히 대출이 절대 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신한은행의 경우 기업 자금결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미국은행과 제휴를 체결해 그들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이용한다는 전략입니다. 자금결제 시장은 은행이 직접 자금을 운용하지 않더라고 장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지원과 투자, 모두 잡겠다는 방침입니다. 사모펀드를 통해 성장성이 우수한 중소기업을 선별해 안정적인 자금 운용과 고수익을 추구한다는 계획입니다. 한국씨티은행도 빠른 시일 내에 다양한 형태의 중소기업 관련 사업을 내놓다는 방침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박준식기자 immr@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