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질투의 경제학, 종합부동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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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
우스꽝스런 세금을 얘기할 때 18세기 프랑스의 실루에트 재무장관이 사람들이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을 황제 루이 15세의 공덕으로 돌리고 '공기세'를 매기려 했던 것을 든다.
중세기 영국은 유리가 귀할 때 창문에 대해 '창문세'를 매기기도 했고, 러시아는 귀족들이 수염을 깎으라고 '수염세'를 부과했다.
로마시대에는 사람의 오줌에 대한 '오줌세'도 있었고 조선시대에는 창녀에 대한 '화세'(花稅)도 있었다.
20세기 근대국가가 성립되면서 우스꽝스런 세금들은 사라지고 소득세 소비세 재산세 등으로 정비됐다.
조세의 부과에 대한 원칙은 독일 경제학자 와그너의 주장을 대표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조세는 수입이 재정수요를 충족해야 하고(충분의 원칙), 재산이나 자본의 원본은 침해해서는 안되고(세원선택의 원칙), 일반국민에게 보편적(보편의 원칙)으로 공평(공평의 원칙)하게 배분돼야 하는 것을 주요 원칙으로 삼았다.
지금 재산보유세를 높여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겠다고 종합부동산세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내년부터 9억원 초과분 주택에 1∼3%, 6억원 초과분 나대지에 1∼4%, 40억원 초과분 사업용 토지에 0.6∼1.6%의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한다는데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재산보유세는 주로 지방세로서 지방정부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라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2% 정도의 비례세율을 권고하고 있다.
토지보유에 대한 재산세 부담률이 선진국의 경우 우리보다 높은 것은 교육과 치안 등을 위해 주민자치에 따라 스스로 많이 납부해 높은 것이지 정부가 많이 징수해 높은 것이 아니다.
더구나 중앙정부가 나서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재산세를 또 부과하는 경우가 어느 나라가 있는지 모르겠다.
부동산 투기, 특히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 투기를 잡기 위해 종부세를 도입한다는 것은 원인과 처방을 잘못 짚은 것이다.
지난해의 아파트 가격 폭등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와 함께 2백조원 넘게 돈을 풀고 재건축과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부추긴 것이 근본 원인이다.
고교평준화와 공교육의 붕괴에 의한 사교육의 번창으로 올라가던 강남지역 아파트가격에 휘발유를 부은 격이었다.
강남지역에 눌러 앉아 사는 사람들은 투기를 한 적도 없고 가처분 소득이 생긴 것도 아닌데 웬 종부세 벼락인지.방귀 뀐 사람이 큰 소리치고, 종로에서 뺨 맞고 을지로에서 분 푸는 격이다.
종부세의 세입이 5천억원 전후가 된다고 하니 내년 국세수입 1백21조원의 0.4%에 그쳐 세입으로서 너무 미미한 반면 여당 반대자가 많은 강남지역 사람을 중심으로 6만여명에 집중됨으로써 '충분의 원칙'과 '보편의 원칙'에 맞지 않다.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사는 사람들의 경우 '세원선택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
1가구1주택은 노동력생산의 근거요 민생의 근본인데 소득이 생기는 부자들의 빌딩은 빼고 무겁게 과세하니 '공평의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크다.
일본 경제학자 다케우치 야스오는 '정의와 질투의 경제학'에서 질투는 때때로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고 했다. 10억엔을 번 부자에게 9억엔의 세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왜곡된 정의'는 '질투의 산물'이고, '질투의 산물'은 능력 있는 사람과 경제활력의 해외 유출을 초래하고 결국 남아있는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어리석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강남에 눌러 앉아 사는 사람들이 투기를 했나 가격을 올렸나? 이사하자니 무겁게 올린 양도소득세가 무섭고, 눌러 살자니 종부세가 버거우니 어쩌란 말인가? 특정지역 사람들을 못 살게 구는 벼락 세금을 세금이라고 생각하나? 헌법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했는데 빌딩 가진 부자는 왜 빼나? 차라리 아파트 빌딩 증권 골프회원권 다 합쳐 평등하게 '부유세'를 하자.인식과 목적과 원칙이 착오된 종부세는 다수를 앞세운 '질투의 경제학'이다.
투기를 일으킨 관리를 처벌하고 투기꾼을 찾아 무겁게 세금을 매기는 것이 먼저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고, 무능한 정부는 국민들의 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