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미국차 업체들이 옛 영광 재현에 나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까지만 해도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 1~3위를 독점했던 미국차는 지난 99년 이후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차에 밀려난 뒤 지금은 도요타, 혼다 등 일본차에도 뒤져 판매율 상위권에서 밀려났다. 상승가도를 달리던 미국차가 갑자기 상위권에서 밀려난 것은 중산층을 붕괴시킨외환위기의 여파 때문. 초고가 모델 위주인 BMW, 벤츠 등과 달리 3천만~4천만원대가 주를 이루던 미국차는 국내 수입차 시장의 팽창과 함께 중산층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위환위기의 여파로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시장이 급속히 축소됐다. 지난 96년 1만315대가 팔렸던 수입차가 98년에는 2천75대, 99년에는 2천401대로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미국차 역시 몰락의 길을 걸은 것. 반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심화와 함께 외환위기 이후에도 거의 유일하게 구매력을 유지한 최상위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BMW, 벤츠 등 최고급 독일 승용차들이수입차 시장의 1,2위를 독차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뛰어난 품질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일본차들까지 가세, 미국차들은수입차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올들어 수입차 연간 판매대수가 처음으로 2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 부유층 뿐 아니라 한동안 차 구매를 억제했던 중산층까지 수입차 소비에가세, 3천만~4천만원대의 `엔트리카'(처음 차를 사는 사람이 선택하는 차)를 앞세운미국차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포드, 크라이슬러, GM 등은 연간 수입차 판매대수가 2만대를 넘어서면 수입차구매층이 다양화될 것으로 보고 내년부터 중산층 고객을 겨냥한 신차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옛 영광 재현에 나설 계획이다. 포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초고가 모델 위주로 형성된 수입차 시장에서 3천만~4천만원대가 주력인 미국차들이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수입차 연간 판매량이 2만대를 넘어서면서 여건이 성숙했다고 보고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드코리아는 내년 상반기중 40년 전통의 정통 스포츠카 `머스탱'의 새로운 모델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며 하반기에는 고성능 스포츠 세단 `파이브 헌드레드'를국내 시장에 선보인다. 가격은 4천만원대 안팎이 될 전망. 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는 내년 2월께 미니밴과 SUV, 럭셔리 세단을 하나로 합친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인 `퍼시피카'를 출시할 예정이며 3월에는 스테디셀러인 `체로키'의 신모델인 `체로키 2.8 CRD'을 내놓는다. GM코리아는 내년 1월 캐딜락 럭셔리 세단인 `STS 4.6'을 필두로 2월에는 `STS 3.6' `SRX 3.6', 3월에는 `CTS 2.8' 등 시즌 초에만 4개의 모델을 발표하며 볼보코리아는 지난 10월 파리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볼보 XC90 V8'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미국차업체들이 내년부터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