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어제 7년만에 처음으로 1천1백원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원화절상 추세가 좀처럼 그칠줄 모르고 있다. 특히 외환시장에선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는 충격으로 인해 환율이 더욱 가파르게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환율하락의 폐해는 벌써부터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어제 무역협회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최근들어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기업들의 70∼90%가 이미 출혈수출을 하고 있고,70%는 채산성이 맞지않아 신규수주를 꺼린다고 한다. 기업들이 손익분기점 환율을 1천1백27원,적정환율을 1천1백74원으로 응답한 것을 보면 지금 거래되는 환율이 얼마나 낮은지를 잘 알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도 내년 사업계획을 수정하느라 고심하고 있으며,중소기업들은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오래 갈 경우 물가안정에는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성장이 둔화되고 고용이 악화되는 현상을 더욱 고착화시킬 수밖에 없다. 엊그제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각국 정부가 성장중심의 정책을 채택할 것을 강조하는 등 사실상 약달러정책의 지속추진을 암시했다. 결국 원화강세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수 없다. 이제 원·달러 환율은 더이상 시장에 맡겨놓고 볼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외환당국도 시장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겠지만 더이상 큰 폭의 하락으로 경제불안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환율안정 외에도 수출을 독려하기 위한 각종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기업들도 각오를 다시 다져야 한다. 일부 기업들이 내년 원·달러 환율을 '세자릿수'로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는 소식이고 보면 정말이지 마른 수건 다시 짠다는 자세로 원가절감에 나서는 것은 물론 시장다변화와 품질향상 등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원고(高)시대'를 이겨낼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