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상화되자마자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정국현안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격화되면서 4대 개혁입법의 `연내 처리' 원칙을 밝힌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밖에선 야당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고, 안에선 강경파의 불만을 잠재우느라 진땀을 빼는 형국이다. 일단 4대 법안과 관련,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대화와 타협의 대원칙 아래끝까지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과를 도출해 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정부질문을 통한 한나라당의 고강도 공세는 4대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일전을앞두고 내부 결전의지를 다지면서 기선을 뺏으려는 의도라는게 지도부의 인식이다. 지난 12일 대정부질문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한나라당의 `좌파 공세'에도 불구하고 본회의를 중단시키지 않은 것도 어떻게 하든지 야당을4대 법안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대화 의지의 표현이란 해석이 많다. 당시 욕설과 삿대질이 오가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일부 의원들의 정회 요청을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종걸(李鍾杰) 원내수석부대표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도저히 이성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파행전략'을 더이상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그러나어떤 경우라도 국회 파행과 중단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대여(對與) 투쟁의 강도를 더욱 높일 경우 "단호히 대처한다"는 원론적 수사 외에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는 데 지도부의 고민이 있다. 한 원내부대표는 "한나라당이 대안없이 공격일변도로 나서고 있지만 여론은 양비론으로 흐르고 있다"며 "여론, 특히 언론의 도움 없이 4대 법안을 처리하겠다는발상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당내에 연내 개혁법안 처리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단독 처리도 배제해선 안된다"는 강경파의 압박도 강도를 더할 전망이다. 특히 개혁당 그룹의 좌장격인 유시민(柳時敏) 의원과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이 국가보안법 개.폐안 처리를 위한 자유투표 실시 등 이른바 정면승부론을 제기하고 나서 지도부를 난감케 하고 있다. 재야 출신인 우원식(禹元植) 의원은 "되는 것도 없으면서 욕은 욕대로 먹는다. 매번 협상이 엉망"이라며 "이렇게 하면 지도부를 어떻게 믿냐"고 비판했다. 한 원내 관계자는 이목희(李穆熙) 의원의 `헌법재판소 폄하' 발언과 관련, "지도부가 사전에 철저히 막든지, 아니면 적극 대응했어야 했다"며 "지도력은 물론 전략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종걸 부대표는 "지금은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생각으로가야한다"며 인내를 강조했다. 그는 당내 일각의 자유투표 주장에 대해 "국회를 풀어나가려는 충정어린 취지로 이해하고 일부 공감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분열로 비쳐질 수 있다"고 일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