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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차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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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9세기 중후반 유럽에선 신흥 부자로 떠오른 중산층이 미술품을 찾기 시작했다. 독일 뮌헨의 작가와 화상은 이들이 찾는 '적당한' 값의 미술품에 키치(Kitsch)란 이름을 붙였다. 이후 키치는 유치한 듯 대중적인 것,조잡하고 통속적인 것의 총칭이 됐다. 키치의 특징은 다양하다. 부적절함과 부적합함,과도한 장식,유아적이고 만화적이면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성적 유희,환상적이고 낭만적인 듯한 포장 등.세련되고 우아한 것과는 거리가 먼 속성들이지만 특유의 가벼움과 저속함을 무기로 종종 주류문화에 반격을 가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사회·경제적인 혼란기나 변혁기엔 언제나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전통과 기존 질서를 거부하는 반항아들이 기존 상식을 뒤집는 과정을 통해 저항적 성격의 하위문화가 부상한다.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에 따른 반전물결이 거세던 60년대엔 물질문명과 국가로부터 개인을 해방시키자는 히피족,석유 파동이 한창이던 70년대엔 머리카락을 색색으로 물들인 펑크족이 등장했다. 80년대엔 뉴욕 할렘가를 기점으로 한 힙합 문화가 대두,90년대에 이르러 세계로 확산됐다. 세상이 다시 변혁기에 들어선 까닭일까. 이라크전으로 세계가 뒤숭숭했던 올해엔 '차브'가 화두로 떴다. 차브는 집시언어 'Chavi'(아이)에서 비롯됐다는 신조어.저급하고 촌스러운 것들의 상징이다. 영국의 한 인터넷사이트에서 쓰기 시작했는데 이미 올해의 유행어로 옥스퍼드 대학사전에 실렸다고 한다. 차브의 핵심은 커다란 금속 액세서리와 트레이닝복같은 싸구려 패션.값싸고 유치한 걸 감추기보다 "그래,싸구려다 어쩔래?"하는 식이다. 국내에서 유행한 이효리스타일의 운동복 패션,'다마(DAMA)''파마(PAMA)'같은 유명상표 패러디 셔츠,전같으면 불쾌감 유발로 걸렸을 지저분한 차림이나 머리스타일 등이 예다. 차브의 유행 또한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진다.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의 틈이 사라지면서 주어진 틀 대신 자기 스타일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차브패션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명품보다 실용성을 즐기겠다'는 발상전환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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