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C씨는 얼마전 원어민 강사에게 초등학교 2학년 딸의 영어과외를 맡겼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원어민 강사는 아이의 실력측정도 없이 영어로 된 동화책을 막바로 가르치는 등 아이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어려운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이 어려워 도저히 못따라가겠다는 딸을 달래며 과외를 계속 시켰지만 이번에 강사가 2주간 연락을 끊고 나타나지 않았다. C씨가 알선 업체에 항의하자 업체는 다른 교사를 보내준다고만 할 뿐 전후 사정을 설명하지 않았다. ◆'무자격' 원어민 영어강사 활개=원어민 강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력이 입증되지 않은 강사와 합법적 비자 없이 입국한 강사들이 활개를 쳐 학부모와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원어민 강사의 가정방문 교습은 그 자체가 불법으로,적발될 경우 학부모도 과태료를 무는 등 처벌 대상이 되지만 상당수 학부모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무자격 강사들로 인해 일부 학원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학원업을 하는 K씨는 지난 6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에이전시를 통해 원어민 강사를 소개받았다. 처음에는 그런 대로 아이들과 잘 지내는 것 같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의가 이상하다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K씨는 문제가 있다 싶어 원어민 강사를 계속 추궁했고,원어민 강사가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왔으며 4년제 대학 졸업자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K씨는 "에이전시측이 위조한 대학 졸업장 사본까지 보여줘 이를 믿고 고용했다가 낭패를 당했다"며 "학부모에게 잃은 신뢰는 되찾을 길이 없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유아전문 영어학원 체인 YBM ECC의 김원식 과장은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원어민 교사에게 영어를 배울 경우 영어 실력이 제대로 늘지 않기 때문에 수강 전 원어민 교사가 제대로 된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단속 허점투성이=합법적인 영어 강사로 활동하려면 먼저 사설영어학원 등이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영어 강사(E-2)비자 발급을 신청해야 하고 영어강사는 이를 수용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원어민 영어 강사가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영어 강의를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단기 워킹 홀리데이 비자나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사설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 단속망이 이들에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체류심사과 관계자는 "현재 불법체류자 단속에 모든 인력이 투입돼 불법 원어민 강사에 대한 감시는 별도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체류 현장 단속을 하고 있는 출입국 사무소 한 관계자도 "최근에는 신고가 들어와야 단속에 나간다"고 털어놨다. 송형석·정인설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