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클러스터를 가다] ① 원주..군사도시서 의료기기 메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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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는 대학과 연구소 기업의 결합을 통해 미국 경제성장의 원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산업 클러스터(집적단지)로 꼽힌다.
한국 정부도 이같은 혁신적인 클러스터의 육성을 통해 산업단지의 경쟁력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국가단지 지방단지 농공단지 등 전국의 산업단지는 모두 5백29개.이중 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 집적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지들을 소개한다.
원주에는 각종 의료용 진단기기 및 치료기기,재활기구를 개발·생산하는 업체가 66개나 모여있다.
불과 7년전만해도 단 한개의 의료기기 업체가 없던 원주는 군부대 도시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이곳에 의료기기 업체들이 모이게 된 것은 연세대 원주캠퍼스(의공학과)와 원주시 그리고 기업들이 효과적인 '산-관-학'협력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연세대의 역할은 IT클러스터의 대명사로 꼽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형성 초기단계에서 스탠퍼드대학이 담당했던 역할과 비슷하다.
인력양성과 연구개발을 충실하게 지원한 것이다.
90년대 중반부터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지방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고 우수 인재를 유치해 대학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이런 의지가 특화산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지자체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1998년 연세대에서 4㎞ 떨어진 원주시 보건소건물에서 창업보육사업이 시작됐다.
당시 의공학 전공 대학원생과 의료기기에 관심이 있는 기업인들이 주축이 돼 10개의 벤처기업이 탄생했다.
연세대와 6명의 의공학과 교수들은 기술지원은 물론 연구비 유치에도 적극 나섰다.
1년이 지나 일부 업체들이 시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자 원주시는 인근 태장농공단지에 아파트형 공장(현재 건평 7천3백평)을 설립하고 3개 회사를 입주시켰다.
일종의 '포스트 BI(Business Incuvator)'를 마련한 셈이다.
기업들 가운데 경쟁력없는 회사는 망하고 다시 새로운 벤처기업이 생겨나는 '선순환'구조를 이뤘다.
처음 출발했던 10개 업체들중 4개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문을 닫았다.
2∼3년이 지나면서 몇몇 업체들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대표주자는 환자감시장치를 생산하는 메디아나.
환자의 혈중 산소포화도,혈압 등을 감시하는 모니터링기기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2001년 1백만달러를 수출했고 2002년 5백만달러,지난해에는 1천3백만달러 어치를 해외시장에서 팔았다.
심장충격기를 개발한 바이오프로텍은 올해 수출액이 7백만달러에 달한다.
올 하반기부터 해외시장에 진출한 CU메티칼도 내년에는 5백만달러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 MRI,CT,엑스레이,체지방분석기 등 각종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연세대와 원주시의 '윈-윈'전략은 성공적이다.
학생수 2백명에 6명의 교수를 보유하고 있던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공학과는 졸업생들이 인근 기업의 핵심 연구인력으로 자리잡았고 학생 정원은 6백명으로 늘어났다.
원주시도 기업과 우수 인력 유입이라는 과실을 얻고 있다.
지난해 원주시는 전액 출자해 연세대 원주캠퍼스내에 의료기기 진흥센터 '첨단 의료기기 테크노 타워'를 설립했다.
이 곳에는 창업보육시설,기업부설연구소,연세의료공학연구원과 각종 의료기기 관련 연구소가 입주해 있다.
관리는 원주시의 파견 공무원과 민간인으로 구성된 재단법인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가 맡고 있다.
이와함께 원주시는 원주시 문막읍에 10만평 규모의 '의료기기 전용단지'를 지난 10월 조성했다.
이 단지는 완공되기전에 부지의 85%가 분양됐다.
엑스레이 수출업체로 잘 알려진 리스템(엣 동아엑스레이)등이 입주계약을 마쳤다.
윤형로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원장(연세대 교수)는 "원주는 국내에서 전자 의료측정기기 및 재활기기 분야에서 개발과 생산이 전문화된 유일한 지역"이라며 "이는 기업과 대학과 지자체가 마치 '잉꼬부부'처럼 보조를 맞춰온 덕택"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앞으로 원주시의 의료기기 업체들은 해외규격정보,해외 마케팅,기술공유 분야에서 집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주=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