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투기자금이 원유시장을 이탈해 금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는 보름만에 15% 급락했지만 금값은 16년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9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12월물은 전일 대비 배럴당 1.72달러(3.5%) 급락한 47.37달러에 마감됐다. 이날 종가는 7주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보름 동안 하락폭이 15%에 달한다. 얼마 전 '60달러 돌파 초읽기' 전망이 우세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유가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여겨질 정도다. 반면 이날 금 12월물 가격은 전일에 비해 온스당 2.80달러(0.7%) 오른 4백36.20달러로 마감,16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금값은 지난 6개월 동안 15%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유가와 금값 움직임이 비슷한 그래프를 그린다는 점에서 '유가 급락-금값 급등'은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원유시장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린 헤지펀드들이 온난한 겨울 기온,미국의 원유재고 증가,25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생산 등으로 더 이상의 유가 급등은 어렵다고 판단,금을 포함한 다른 상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원유시장에서 투기세력들의 롱 포지션(가격 상승을 예상한 매수)이 1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헤지펀드들이 원유시장을 이탈하고 있음에도 불구,여전히 배럴당 10달러 정도의 '투기 프리미엄'이 유가에 얹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원유시장을 이탈한 투기자금이 위안화 절상 등에 대비,아시아 통화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