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절박해지고 있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짤 수 없을 정도의 '시계제로'의 상태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자금 판로 인력 등 이른바 '3난'을 호소하면서 최악의 불황기를 지나가고 있다.


원자재가 상승,고유가,중국경제 성장 둔화 우려,장기적인 내수침체 등 이대로 가다가는 연말에 중소기업 도산 도미노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좌절할 순 없다.


'기업이 국가'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무너지면 국가 기반이 붕괴된다.


그게 산업사회의 특징이다.


기업들이 신발끈을 다시 매게 하는 화두가 '혁신'이다.


혁신의 결과는 생산성으로 나타난다.


20세기초에 활약했던 경제학자 슘페터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업가들의 끊임없는 혁신이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핵심적 요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혁신을 위해선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창조적 파괴는 결국 기업 스스로 바꾸고자 하는 의지의 투영이며,능력은 그러한 의지를 현실로 바꾸는 힘으로 볼 수 있다.


혁신은 한마디로 '고장나지 않으면 고치지 말라'에서 '멀쩡해도 고치라'는 게 핵심이다.


그 저변에는 '기업가 정신'이 깔려있다.


혁신을 위한 전문가들의 제안은 구체적이다.


우선 사내에 기존 사업과 새로운 혁신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양손잡이형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 구조를 만드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기존 사업부서가 능률에 초점을 맞추고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일을 수행하고,차별화에 중점을 둔 혁신부서는 협업팀을 구성해 미래 성장엔진을 찾게 만든다는 것이다.


양손잡이형 조직구조가 성공적으로 안착되려면 두 종류의 사업을 능숙하게 조율할 수 있는 '양손잡이형 경영자'가 필요하다.


두 조직에 각각 다른 평가방식을 적용하는 양손잡이형 경영관리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이와 함께 혁신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유연하게 만드는 것도 혁신주도기업이 되기 위한 과제다.


또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자가 강력한 혁신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최고경영자는 혁신을 우선과제로 설정해야 하며 이와 관련된 목표를 설정하고 미래의 잠재력을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 밖에 재무,관리,전략 등 기업의 각 부문에서 혁신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혁신기업의 과제다.


이는 그동안 한국경제의 성공모델이었던 '재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전략을 뛰어넘는 것이다.


잘하는 기업을 모방하면 됐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 전략은 더 이상 한국기업에는 맞지않는 옷이 됐다.


중국 등 경쟁국 기업들이 가까이 따라왔기에 언제든 모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중국은 자동차 생산대수에서 한국을 추월했다.


경쟁기업이 쉽게 모방할 수 없도록 거듭 혁신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솔케미칼은 올해 권교택 대표가 지휘봉을 맡으면서 보다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2008년까지 '매출액 3천억원,경상이익 3백억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으며 이를 체계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사원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또 기존 TPM(종합생산성관리) 위주의 혁신 활동이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지식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했다.


이 회사의 지식경영은 TPM활동에서 창출된 성과물과 지식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전 임직원이 공유토록 해 경영혁신의 효과를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축적된 지식을 새로운 지식으로 재창출,TPM 활동에 실제로 적용시켜 보다 활발한 원가 절감을 이끌어낸다는 게 요지다.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혁신활동의 성과로 지식경영 시행 첫 해인 올 상반기에만 16억원어치의 원감 절감을 이뤄냈다.


이는 과거 3년간 TPM 경영혁신 운동으로 절감한 금액이 50여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실적인 셈이다.


레인콤은 불황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이후 매달 매출액 경신 신기록을 내고 있다.


8월에 4백44억원을 기록한 매출은 9월에는 5백7억원,다시 지난달에는 5백72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이는 기술 및 디자인 우위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주요 소비층을 겨냥한 브랜드 인지도 구축과 마케팅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넥센타이어는 '공격적인 투자'로 불황기에 맞서고 있다.


뼈를 깎는 혁신활동이 이같은 드라이브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혁신기업은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으며,자연스럽게 고용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