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역군으로서 한국 경제의 '꽃'이었던 종합상사들이 무역거래 과정에서 쌓은 마케팅 노하우를 살려 새로운 성장 '엔진'을 잡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종합상사들이 과거의 전통적인 사업 방식인 수출 대행에서벗어나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운 사업 차원이 아니라 상사 사업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는 파격에 가깝고 경계를 허무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SK네트웍스[001740]는 자동차 종합정비서비스업인 '스피드메이트'를 조만간 중국으로 진출시킬 계획이다. 이는 회사 우수 사업 부문 중 하나인 스피드메이트의 사업성이 검증됐다고 판단된 데 따른 것으로 SK네트웍스는 중국 내 주유소 체인과 협력, 자동차부품 소매업과정비 서비스 접목 등의 방식을 모색 중이다. 사업을 국내 검증한 뒤 이를 해외에 진출시키는 것은 수출 대행이 주업무였던과거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현대종합상사는 수출 대행에서 탈피해 제조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올들어 네덜란드와 독일 등에서 LCD, PDP 제조업체들을 인수하거나임대해 제품을 직접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종합상사들이 제조업에 뛰어드는 것은 수출 대행이나 중계 일색이었던 기존 사업 경계를 허무는 것 중 하나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사가 무역 과정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해 새로운 성장 엔진을 잡으려고 애쓴 결과"라고 말했다. 현대종합상사가 그동안 쌓아온 마케팅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 제조업들을 시작한 것이지 사업 수익성만 보고 뛰어든 것이 아니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대종합상사는 또 최근 시작한 외식업체인 '미요젠'이 국내에서 성공을 거두면해외에 진출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종합상사의 본업인 수출이 아니라 수입 후 국내에서 판매하는 이른바 '수입국판'형태의 사업도 있다. LG상사는 캐논카메라를 수입해 판매중이며 SK네트웍스[001740]는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국내 판매를 대행중이다. 삼성물산 등 대부분의 주요 종합상사들 사이에서는산업 원료 수입 및 국내 판매가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종합상사를 무역거래업체와 동일시하던 때는 지났다"며 "상사기능의 고도화, 복합화를 통한 순익 제고와 단순 제조업체들이 할 수 없는 틈새 시장 공략이 절실한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종합상사는 더이상 수출 기업이 아니라 높은 적응성과 대응력을갖고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서비스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