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1월15일.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영일만 부근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폭탄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세금을 내지 않고 선진국처럼 잘 살게 된다"며 모두가 희망에 들떴다. 제 1차 오일쇼크를 겪은 후여서 산유국에 대한 열망이 더욱 뜨겁기도 했다. 그러나 이 경사스런 뉴스는 얼마 뒤 "경제성이 없어 시추를 중단했다"는 짤막한 발표와 함께 슬그머니 사라졌다.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충격이 너무 커 그 때의 실망감을 지금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 두고 혹자들은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을 무마하려는 정부의 '깜짝쇼'였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비산유국인 우리나라는 원유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중동에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몸살을 앓는다. 더욱이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최근에는 석유문제가 단연 최대 현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울진 앞바다 '동해-1'가스전이 어제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1964년 대륙붕 탐사를 시작한 이래 40년만에 산유국의 꿈을 이룬 경사다. 매장량은 5백만t(LNG 환산)에 불과하지만,어쨌든 우리나라는 순수한 국내 자본과 기술로 세계 95번째의 산유국으로 당당히 올라섰다는 점에서 생산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베트남 등지에서 해외유전을 개발해 에너지 일부를 충당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국일 뿐이다. 지금 세계는 지구촌이 비좁을 정도로 에너지원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전쟁도 불사한다. 미국과 이라크 전쟁이 그렇다는 평이고 러시아와 체첸 간의 끝없는 분쟁 역시 석유가 원인이다. 중국과 일본 간에도 엄청난 매장량을 가진 동중국해의 유전을 둘러싸고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유전개발은 거대자본이 소요되는 반면 성공확률이 매우 낮아 흔히 도박으로 비유되곤 한다. 그렇다고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에 속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에너지 안보'차원에서라도 유전개발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가스생산이 앞으로 유전개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돼 든든한 마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