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5일 MBC라디오의 2시간짜리 여성프로그램에 출연,주부들을 상대로 '서민경제 챙기기'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남편의 2년째 실직으로 지갑에 달랑 4천원 남은 주부가 아이돌을 챙기지 못해 눈물흘린 내용의 편지와 월급이 제 날짜에 안나온다는 서민들의 하소연을 직접 들으면서 목이 메였으나 전체적으로 경제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는데 주력했다. 아울러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에도 불구,수도권-지역 균형발전론을 강조하는 등 주부계층을 상대로 그동안 역점을 뒀던 정책의 당위성을 직접 역설했다. 또 집값안정,시장경제의 관리자로서 정부역할을 강조한 뒤 보육과 교육에 대한 정부지원 방침도 재차 밝혔다. 노 대통령은 "주택문제는 지금 열심히 하고 있고 제법 (잘) 하고 있다"고 자평한 뒤 "집값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교육비 문제에서는 "현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지금 태어난 아이들은 절대로 사교육비를 걱정하지 않도록 학교 안에서 다 해결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또 서민경제난이 가중되는 현상과 원인을 자세히 설명한 뒤 군 생활을 예로 들며 "행군할 때 중대장은 지도책을 끼고 맨 앞장서서 가고 인사계는 맨 뒤에서 낙오한 사람을 앰뷸런스에 실어주고 해 패자부활전을 하는데,정부도 중대장과 인사계가 하듯 그렇게 한다"고 비유했다. 이어 "요즘은 시장이 하도 앞서가기 때문에 지도책 들고 가는 중대장보다 뒤에 차 타고 따라오는 인사계가 더 중요하다"며 "그래서 나는 인사계 대통령이 될게요"라고 덧붙였다. 국가 균형발전 및 지방분권을 위한 수도권과 지방의 '빅딜'을 강조하면서는 "담배를 끊는 것과 비만을 줄이는 것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승부사'라는 일부의 평가에 대해 노 대통령은 "운이 좋은 사람,대통령 권력 운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면 맞는 것 같다"면서도 "매 시기 행운을 바라고 요행으로 내 운명을 시험한 게 아니라 정말 진지하고 나 자신에게 가장 정직하고 충실한 결정들을 했다"고 말해 절반만 인정했다. 한편 기업에 대해서는 "한국의 국력이 전세계에서 대접받을 수준이 됐고,(해외에서 보니) 우리 기업들이 가히 전설적이라 할만큼 정말 놀랍게 하고 있고 한국사람이 우수하다는 것도 확실하게 보였다"며 "나는 감동받았고 자신도 생겨 귀국하면 정말 열심히 해야지 다짐했다"고 말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