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업체인 피죤의 이주연 관리총괄 부사장(41)과 하정훈 영업총괄 부사장(44)은 결혼 17년째인 부부 경영인이다.


아이들 교육이 주된 관심사일 40대초반의 나이지만 이들은 '세탁.주방.욕실세제'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주 나눈다.


"이 제품은 세척력과 살균력은 좋은데 향이 좀 강해요","설거지하고 욕실 청소할 때는 스프레이 형태가 좋군."


29일 서울 역삼동 피죤 빌딩.이들의 대화는 집안살림에 익숙한 주부들간 대화를 연상시킨다.


"서로 맡는 분야에 많은 조언을 해 주고 있습니다.


제가 관리를 맡고 있지만 영업총괄인 그이가 관리나 시스템을 더 잘 아는 면도 있어요.


반대로 제품 디자인에 대해서는 여자인 제가 조언을 해 주곤 하지요"


피죤 창업주인 이윤재 회장의 장녀인 이 부사장은 학교 다닐때만 해도 경영수업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회화를 공부하고 몇 차례 전시회까지 연 '화가'지망생이었다.


97년 피죤 디자인팀장으로 입사한 후에도 서울여대 동국대에서 서양화 강의를 하는 '이중 생활'을 했다.


하지만 지난 해 부사장에 오른 후 강의를 그만두고 전문 경영인인 김이기 사장을 도와 안살림(조직관리.신제품개발총괄)챙기기에 전념하고 있다.


동생 이정준씨가 미국에서 교수 생활에 재미를 붙여 대신 경영수업을 받고 있단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하 본부장은 대우경제연구소 대우증권에서 경력을 쌓은 후 지난해 7월 피죤에 합류했다.


부부로서 밀어주고 당겨주며 아이디어를 내 이들 부부는 그동안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내 MBA 프로그램을 마련했고,20여개 대리점을 정비해 우량 대리점 중심으로 영업조직을 재편했다.


남편인 하 부사장을 영입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한 이 부사장은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회사 업무에 관해 좋은 지적을 받는다는게 큰 힘이 된다"며 웃었다.


옆에 있던 하 부사장은 "안방보다 주방 욕실에서 아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며 너스레 떤다.


그는 "중요한 프로젝트,직원 평가 등 업무 전반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고 거들었다.


이 부사장과 하 본부장은 어머니가 여고(경북여고)동창이라는 인연으로 만났다.


이 부사장이 대학졸업하던 해 어머니 친구 한 분이 소개했단다.


요즘 이들의 단골 이야깃거리는 중국시장 개척.중국 텐진에 현지 법인과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데 베이징등의 할인점 60여곳에서 '피죤' '뉴크린' '무균무때'등을 판매중이다.


"국내 토종기업으로 세탁.주방.욕실세제를 중국에서 팔기는 피죤이 유일하다"며 "26년전 섬유유연제 시장을 개척해 50%이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중국에서도 '빨래하면 피죤'이라는 인식을 심어놓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