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2:37
수정2006.04.02 12:41
장지종 < 기협중앙회 상근부회장 >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부당한 거래관행을 조사하겠다는 금융감독원의 방침에 대해 신관치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논쟁의 발단은 이렇다.
최근 은행들이 중소기업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중소기업계의 원성이 극에 달하자 관계당국에서 은행들이 중기 대출을 가능한 확대하고 불합리한 은행의 대출관련 내규를 고쳐달라고 요구하고 있고,금감원에서도 은행들의 대출약관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에 지나치게 불리하게 된 내용이 없는지,또 대출을 시행하거나 회수시 약관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를 점검하겠다고 나선 것이 단초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금감원의 일련의 방침을 신금융관치 운운하는 것은 일선 금융창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겪는 금융상의 어려움을 보자.첫째 일부 금융회사들이 개별 중소기업에 대한 기존의 대출한도를 일률적으로 20∼30% 축소한다는 방침을 거래기업에 통보하고 해당금액을 상환하든지,담보를 추가로 제공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되는가.
엄청난 고율의 연체이자율을 물어야 한다.
반면 중소기업계의 현실은 어떤가.
극심한 내수 침체로 제품이 안 팔려 재고가 쌓이고,원유가 등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자금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다 보니 대출금상환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있는 중소기업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담보 또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다 제공했기 때문에 추가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고율의 연체이자율이라는 덫을 피할 방법이 없다.
둘째 은행돈을 빌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적금에 가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른바 꺾기다.
물론 강제저축의 장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어렵게 적금을 불입하다보면,추후 대출을 받을 때 담보로도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율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금을 해지해 빌린 돈을 상환하려 해도 은행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 수준의 예금이자율과 18%에 달하는 대출이자율의 차액이 고스란히 은행의 수익이 되고 있다.
셋째 방카슈랑스라는 보험제도가 중소기업에 또다른 부담을 주고 있다.
기협중앙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출관련 은행측으로부터 보험가입 권유를 받은 중소업체 중 63%가 가입했다.
중소기업이라는 당나귀등에 또 하나의 짐이 얹어지고 있다.
넷째 대출심사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일선 지점장 권한을 대폭 축소,중소기업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종래에는 업계사정에 밝은 지점장이 대출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결정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대부분의 대출심사를 본점에서 하고 있다.
본점심사로 인한 절차지연으로 자금사정이 급한 중소기업이 궁지에 몰리는 사례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개별업체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대출여부가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신관치든 구관치든 중소기업은 관심이 없다.
일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유망한 기업이 은행들의 대출금 회수 조치로 연쇄도산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어떠한 조치든지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중소업계의 강력한 희망이다.
신금융관치 논쟁을 유발하기보다는 금융계와 산업계가 상생의 길을 모색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부터라도 은행들이 무차별적인 대출금 회수조치를 자제하고,업계요청이 있을 경우 예·대 상계조치를 하고 보험강요 등 신종 꺾기행위를 근절하도록 해야 한다.
지점장의 권한도 종전대로 환원해 업계실정에 맞는 금융이 이뤄지도록 하고 대출 절차를 간소화시켜야 한다.
중소업계에서도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은행들이 신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금융회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 감시자로서의 권능을 최대한 발휘해 중소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