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를 맞아 이것이 또다른 세계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이냐를 두고 낙관.비관론이 엇갈리고 있으나 갈수록 어두운 전망이 설득력을더해가는 상황이다. 비관론자들은 미국과 독일 경제를 기준으로 지난 30년간 석유와 직.간접 연계된모두 4차례의 경기 침체가 있었다면서 이를 감안할 때 내년 여름까지 주요국들의 경기가 또다시 늪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석유 쇼크=경기 침체'란 오랜 공식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면서 기업 경쟁력이 강화됐으며 에너지 효율도 높아졌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또 지금의 고유가가 수요 확대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유가에 따른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는 워무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파트너인 디터 워무스는 "지금의 유가 급등이 과거와 유사한 패턴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경기가 상승할 때도 고유가 때문에 추세가 반전된 적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관론자들은 미국과 독일 경제를 기준으로 볼 때 지난 73년의 `석유 쇼크' 때발생한 경기 침체가 81년과 91년에 되풀이 됐으며 지난 2001년의 9.11 테러도 같은효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의 산업용 금속 가격도 세계적인 경기 위축이 생각보다 빠르다는 견해를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주 금속시장의 대대적인 `팔자' 움직임이 확실한 증거의 하나라고 이들은 강조했다. 메릴 린치의 수석투자 전략가 데이비드 보워스는 "최근의 금속시장 움직임은 세계적인 경기 위축이 시작됐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신호의 하나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금속시장 관계자들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 22일로 종료된 한주간 미결제청산잔고(open interest)와 상품계약이 모두 약 80만건으로 한주 전에 비해 약 10% 줄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관론에 대한 견제도 만만치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가 그중 하나다. 갓 발표된 세계금융시장 보고서는 "선진국 경제에 미치는 고유가 충격이 과거에 비해 훨씬 덜한 것"이라면서 "최근의 유가 상승이 역내 경제에 부분적인 타격만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간 연구소들도 OECD와 유사한 견해를 밝히면서 고유가로 내년에 세계경제 성장이 묶이는 정도를 약 0.5%포인트로 보기도 했다. 낙관론자들은 갈수록 경제에서 비중이 커지는 서비스 부문이 제조업 쪽에 비해석유 쇼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인플레가 진정되고 있으며 임금 상승률이 과거에 비해 소폭이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이같은 낙관론에 동조하지 않는 워무스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향후 통화 정책이 관건이라면서 금리 인상에만 치중한 경우 침체를 회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달 이후에는 한동안 금리 인상을 자제하지않겠느냐는 판단이라면서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워무스는 "고유가가 투자 뿐 아니라 소비도 위축시킬 것이라는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 급등에 따른 소비 위축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한다. 메릴 린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경우 올해 소비가 3.5%가량 증가할 것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내년에는 상승폭이 2.7%로 좁혀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라고 말했다. 영국 및 유로권 역시 올겨울 유틸리티와 난방유 가격이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소비가 주춤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비관론자들은 미국의 산업 생산이 소폭이나마 아직은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유로권은 지난 7월에 0.2% 상승한 후 8월에는 0.6% 하락으로 이미 반전됐음을 상기시켰다. 한 예로 영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후 인플레 수습을 위해 금리를 인상해온 상황에서 고유가 충격으로 산업 생산이 지난 8월 2년여 사이 가장 크게 줄어들면서 3개월째 감소됐음을 이들은 지적했다. 비관론자들은 고유가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면서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과원유증산 설비부족, 그리고 중동과 이라크의 정정 불안이 이어지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워무스는 "중국과 인도의 석유 수요가 결코 반전되기 힘든 성격"이라면서 따라서 "미 경제가 가라앉는 상황이 초래돼도 이들 대형 신흥시장국의 수요 때문에 유가가 계속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