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인 아르빌에 파병된 자이툰부대는 파병 목적인 평화ㆍ재건 임무를 어떻게 수행할 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주둔지의 치안상태가 겉으로는 매우 양호한 편이지만 최근 테러협박이 잇따르고 자치정부의 핵심인물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점에 비춰 저항세력의 갑작스런 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이툰부대는 최근 잇따라 불거진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아르빌의 치안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만큼 당초 예정대로 다음달 초부터는 평화ㆍ재건을 위한 민사작전을본격화할 계획이다. 장병들을 부대 밖으로 보내 새마을운동 시범지역의 주택 개ㆍ보수, 쓰레기 매립장 건설, 컴퓨터ㆍ자동차 정비교실 운영, 학교 개ㆍ보수 및 지원, 의료지원 등 각종평화재건 활동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3중 경비시설이 설치된 영내와 달리 민간인 거주지역에 장병들이 들어갈경우 자살테러 공격 등에 속수무책인 만큼 영외 차출 인원은 최소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이툰부대가 동티모르 파병 경험 등을 되살려 현지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민사작전에 돌입해 한국군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은 욕심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최대한 자제한 데는 최근 입수된 테러 첩보 때문이다. 자이툰부대는 쿠르드족 자치지역 외부의 테러세력이 최근 아르빌에 잠입했다는미확인 첩보를 입수해 첩보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한편 장병들의 신변안전을 위해만반의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라크 저항단체를 자처하는 '안사르 알-순나군'이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아르빌의 시설보호경비대(FPS) 대장 살해사건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밝혀 자이툰부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치안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는 입장을 보여온 자이툰부대 관계자들은 "현지 치안은 폭풍전야다. 아르빌은 더 이상 안심할 수없는 곳이다"는 등의 불안한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이툰부대는 장병들의 안전문제 때문에 마냥 영내에서만 머무를 경우 파병 명분이 퇴색될 것을 우려해 민사작전은 당초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자이툰부대 관계자는 25일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테러 첩보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계획대로 11월 초부터 본격적인 민사작전을 시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민사작전 형태는 장병들이 대거 영외로 나가는 대신에 현지인 고용을 통해 평화재건 활동을 돕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는 현지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민사작전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현실적 고민을 피력했다. 자이툰부대가 자체팀을 독자적으로 구성해 '자이툰컵 축구대회'에 출전하려던 당초 계획을 바꿔 불참키로 한 것도 장병들의 안전문제를 의식한 조치다. 윤광웅 국방장관이 25일 "자이툰부대 파병연장 동의안을 다음달 중순 국회에 상정할 것이다. 장병 안전과 관련해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할 것이다"라고 밝힌 것도 아르빌의 치안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르빌에 테러세력이 득세할 경우 사마와에 파병된 일본 자위대처럼 희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불을 보듯 뻔한데도 3천600명에 달하는 병력을 언제까지 영내에서만 대기토록 할 수 없다는 군의 딜레마를 반영한 말인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