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에서 기업사냥꾼들에게 가장 유리한 제도를 가진 나라다." "계열금융사 의결권 축소는 국민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주최로 25일 국회의사당 정무위 회의실에서 개최된 '공정거래법 개정 법률안에 관한 공청회'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와 대기업계열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축소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대표 기업들이 즉각 외국계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계열사 출자는 유일한 경영권 방어장치' 반대 토론자로 나선 이상묵 삼성금융연구소 상무는 "삼성그룹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사업 초기에 예상되는 손실을 계열사가 버텨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출자총액이 제한받는 등 지금과 같은 기업환경이었다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학에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며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인간 본성이나 시장 원리에 어긋나면 본래 목적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데,최근의 기업지배구조 관련 논의나 적대적 M&A관련 논의는 그 정도가 적정선을 지나쳐서 심각한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찬성 토론자인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그러나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은 출자뿐 아니라 내부유보와 채무,주식발행 등에 의해서도 가능하다"며 "출자총액제한이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은 기업사냥꾼의 천국' 대기업계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허용범위 축소와 관련,이 상무는 "삼성전자의 적대적 M&A 우려에 대해 공정위는 'GE는 지분이 훨씬 더 분산돼 있지만 소동을 안 피운다'고 했는데,국내 정책당국자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다"고 공박했다. 시가총액이 국내 상장사 전체와 맞먹는 GE같은 기업도 주식 상호보유를 통해 우호적 주주를 확보하고 유사시 이사회 결의를 통해 '독약처방(poison pill)'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만반의 경영권 방어 장치를 갖추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계열금융사의 의결권 행사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인수할 유인을 증대시키므로 조속히 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의결권 축소'를 주장했다. 임 위원은 그러나 "계열금융사의 의결권 제한은 출자총액제한제도와 더불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마련된 '한국형 규제'인 만큼 이해당사자 중심의 사적 구제가 정착돼 가는 추이를 보면서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계좌추적권 실효성도 '논란' 지난 2월 소멸됐던 계좌추적권(금융거래정보요구권)의 재도입 여부에 대해서도 찬반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는 "공정위가 내부거래를 단속하기 위해 계좌추적권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는 매우 위험하다"며 "기업은 원래 내부거래를 통해 거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태어난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