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린다. 법안처리에 앞서 정치권과 정부 및 재계가 협의하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전경련 등 경제5단체는 이미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금융계열사 의결권행사 한도를 현행(30%)대로 유지하며,계좌추적권 부활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까지 발표해 놓고 있는 상태다. 결론부터 말해 정부 여당은 재계의 이같은 건의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 빈사지경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리는 첩경은 투자확대이고,투자를 늘리는데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가 절대적인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만약 공정법 개정안이 정부가 제출한 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업들의 투자를 더욱 위축시켜 가뜩이나 힘든 경제를 한층 어렵게 만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출자규제에 따라 제약받고 있는 투자규모만도 7조원 이상에 달한다는 재계의 지적을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공정법 개정안이 기업투자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재계가 이 법안의 개정방향을 현 정부의 기업정책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해외순방길에서 "기업이 나라다" "기업들의 해외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등 기업의욕을 고취시키는 언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구체화되는 정책은 거꾸로 기업의욕을 꺾는 것이라면 누가 과감하게 투자에 나설수 있겠는가. 더구나 정책에 대한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정책이 신뢰성을 잃으면 경제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되면서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저해하게 될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이치다. 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소유 규제가 얼마나 심한지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말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위원장이 지난주 한 세미나에서 "론스타나 칼라일 같은 외국 투기자본에는 금융시장을 열어두면서 국내 산업자본에만 금융자산 소유를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대한민국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의심스럽다"고 공박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정말 크다. 실제 재계는 정부의 공정법 개정안대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한도가 15%로 축소되면 '역차별'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올초 SK사태처럼 기업들이 외국인들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기에 급급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출자총액한도를 묶어 새 사업에 대한 투자를 규제하고,이미 사라졌던 계좌추적권까지 부활시킨다면 기업들의 투자확대는커녕 정상적인 기업활동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기업의 투자를 막는 법을 만들 때가 아니다. 내수 침체가 끝없이 이어지고,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등 정말 심각한 경제난국을 돌파할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법 개정과 관련된 재계 의견은 적극 수용돼야 마땅하다.